공공기관 손실 보전 비판 소지…선별적 대출 가능성에 상품 실효성 논란도
  • ▲ 은행 대출창구.ⓒ연합뉴스
    ▲ 은행 대출창구.ⓒ연합뉴스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은행의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출시 금리가 예고했던 것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취급 은행과 보증기관 간 수수료 협상과정에서 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조정 폭은 이번 주 안에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적 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이 은행의 손실을 보증하는 상품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선별적인 대출이 우려된다며 상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많다.


    ◇우리銀·대한주택보증 금주 내 보증수수료 결정…금리 인상 요인


    3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가 이르면 3월께 우리은행을 통해 선을 보인다.


    이 상품은 주택기금을 통한 정책대출 상품인 공유형 모기지와 비슷하지만, 은행 자금을 재원으로 삼아 소득제한 없이 누구나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중 대출금리보다 2%포인트쯤 싼 이자로 대출해주고 7년이 지난 후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집주인과 은행이 나눠 갖게 돼 있다.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보다 1%포인트 낮게 변동금리형으로 출시된다. 지난달 16일 기준 코픽스 금리인 2.1%를 적용하면 대출이자가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로 출시되는 상품의 최종 금리는 예고했던 것보다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과 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과의 수수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품 구조상 은행은 일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인 7년 뒤 1차 정산을 한다. 이때 집값이 연평균 1~1.5% 이상 올랐다면 은행은 수익배분을 통해 이자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집값이 내리면 보증기관으로부터 손해 본 이자 차액을 보전받아야 한다. 대한주택보증이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증수수료를 높게 요구하면 이자가 소폭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익금 배분 비율과 보증수수료 문제를 대한주택보증과 협의하고 있고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이 날 예정"이라며 "어느 정도까지 금리가 오를지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조정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손실 보전 두고 비판 의견…상품 실효성 논란도


    정산 시점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이 은행 이자 손실을 메워주는 상품구조가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집값 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은행 손실을 대한주택보증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은 정부가 자본금 55%를 출연한 공공기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주택보증은 은행의 이자 손실에 대한 원가만 보장하는 구조이고 시범사업 물량이 3000가구로 한정돼 있어 별도의 정부 재원이 투입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시범사업 후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전면 확대할 경우 대한주택보증의 부실이 쌓여 결국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적자보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1% 안팎의 금리가 사실상 출혈에 가까운 금리인 데다 공유형 모기지와 달리 소득제한 없이 누구나 대출받을 수 있어 자칫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역시 3000가구를 대상으로 했던 주택기금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을 2개월 만에 본사업으로 확대 추진한 바 있다.


    상품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은행이 상품 특성상 집값이 오를 만한 지역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출하면 아파트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 강남이나 도심 중소형 아파트만 수혜를 볼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에서 수익이 날 만한 아파트를 골라 제한적으로 대출해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8년 차부터는 일반대출로 전환되므로 조기 상환 여력이 없는 수요자에게는 무리한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상품의 초저금리는 최초 7년간만 유지되며 8년 차부터는 일반변동금리로 조정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7년 내 상환할 수 있는 주택구매 수요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 것"이라며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를 전제로 하는데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할 만큼 이번 상품의 혜택이 크진 않아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