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적립률 117.64%… 은행권 평균보다 70%p 낮아총여신 3.4% 느는 사이 고정이하여신 29.4% 증가충당금은 적게 쌓아… 3분기 누적 순전입액 26%↓떨어진 부실 대응력… ‘중기자금 소방수’ 역할부담 커져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경기 부진 속 중소기업의 자금난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하는 IBK기업은행의 부실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대출 부실 규모가 늘어나면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해서다. 정부의 배당 수요를 고려해 적립규모를 축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117.64%로 전년 말(143.53%) 대비 약 26%포인트 낮아졌다. 

    3분기 말 기준 전 은행권의 평균 대손충당금적립률(187.4%)과 비교하면 70%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180~270%를 기록 중이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미래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을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채권) 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이 부실채권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은행의 부실대응 능력이 시중은행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우선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대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기업은행의 총대출은 9조9000억원 늘었는데, 이중 중기대출이 9조8000억원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비우량인 중기대출 취급이 많다 보니 부실채권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대출 성장률은 3.4%인 반면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같은 기간 29.4%나 급증했다. 

    부실채권이 쌓여가고 있는데, 이에 대비한 충당금을 이전보다 적게 쌓은 것도 대손충당금적립률을 크게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분기 기업은행의 제충당금순전입액은 4044억원으로 전분기(4291억원) 대비 5.8% 감소했다. 3분기 누적으로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6% 줄었다.

    기업은행 측은 “불확실한 경기상황에 대비한 전사적 여신업무 프로세스 개선으로 대손비용 감축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3조1000억원, 올해 3분기말 4조원을 돌파하는 등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정부의 배당 수요 확대를 고려해 충당금 적립을 줄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충당금을 적게 쌓으면 회계상 수익이 늘어나게 되고 배당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5조447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6% 증가한 2조1977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세수결손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배당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국책은행이면서 상장사인 기업은행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기업은행 지분 59.5%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을 하면 최대주주인 기재부가 가장 많은 돈을 받게 된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배당성향은 29.4%로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28.4%)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