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노키아 "특허료 7년간 동결"
공정위, 결합 조건부 수용

MS-노키아 기업결합의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전원회의를 열어 과도한 특허침해 우려가 제기된 MS-노키아의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MS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다.

MS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한 특허 라이선스 부여 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FRAND) 준수 △판매금지청구소송 금지 △향후 7년 간 현행 특허료 수준 초과 금지 등을 약속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자체 시정방안을 마련해 제안하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제도다. 앞서 네이버-다음, SAP코리아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제를 적용받았고 CG CGV와 롯데시네마의 동의의결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업결합 사건에 동의의결제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의의결 심사를 주도한 지철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특허권 남용, 경쟁사간 정보공유와 같은 경쟁제한 우려를 실효성 있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과 미국 경쟁당국(FTC)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건처럼 유사한 사안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특허괴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MS의 계획안을 받아 들인 것일 뿐 최종 승인은 아니다. 동의의결 개시가 결정됨에 따라 공정위와 MS-노키아는 협의를 거쳐 30일 이내에 구체화한 잠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공정위는 최대 두달간 삼성-LG 등 이해관계자와 관련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잠정안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친다.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최종 동의의결안은 다시 전원회의에서 상정된다. 전원회의 심의에서 시정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동의의결은 취소될 수 있다.

MS는 지난 2013년 하반기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 인수를 발표한 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경쟁감찰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공정거래 규제 당국의 승인을 요청해왔다.
 
국내의 경우 MS는 공정위에 지난해 8월 27일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약 1개월 뒤인 9월 16일 1차로 전원회의를 소집해 동의의결 여부를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사안이 복잡한데다 MS도 자진시정 방안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심의속개를 결정했다.

MS와 노키아의 결합 승인 시 가장 우려되는 점은 MS가 모바일 시장에서 특허 분야의 괴물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MS는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비롯해 해당 분야에서 표준특허(SEP)는 물론 상당 양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는 물론 단말기 제조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수직형 기업결합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경우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 등 국내 모바일 기기 제조사는 물론 HTC나 화웨이 등 다른 제조사와 맺었던 특허사용료 계약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거나 파기한 뒤 소송전에 돌입하는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MS가 먼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절차를 밟아온 것이다.

한편 휴대전화 사업부 매각 이후 네트워크 장비와 특허권 라이선싱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노키아 법인은 이번에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하지 않아 통상적인 위원회 심의절차에 따라 심사를 받게 된다. 노키아는 약 3만건의 휴대폰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이중 7000건이 통신 관련 특허를 갖고 있지만 경쟁 휴대폰 제조사들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휴대폰 관련 특허료를 크게 요구하지 않았었다.

공정위는 IT·전자시장이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혁신시장이라는 점과 MS의 자발적인 시정으로 경쟁제한 우려 요소를 실효성 있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 미국이나 중국, 대만 등 해외 경쟁당국도 유사한 사안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한 점을 바탕으로 이번 동의의결을 수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