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보 접근성 높인다면서 정작 정보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없어
  • ▲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연합뉴스
    ▲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수년에 걸쳐 축적한 정부의 무인도서 정보를 특정 포털사이트 업체에만 사실상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나서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양수산부는 국민의 정보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대 검색 사이트와 제휴를 맺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설명대로라면 모든 포털사이트에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상책이어서 정보 소비자를 도외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가 실태조사를 벌여 확인한 2400여개 무인도서 정보가 5월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공개된다.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전체 무인도서 2693개 중 2421개 섬의 이름과 면적, 육지와의 거리, 지형·지질, 동·식물 관련 정보와 사진 등이 제공된다. 나머지 271개는 자료가 정리되는 하반기에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정보를 특정 업체에만 제공하고 나서면서 특혜를 준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수산부가 조사사업을 통해 확보한 정부의 지적 재산을 무료로 한 개 업체에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자료는 해양수산부가 무인도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위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무인도서 실태조사를 벌여 확인한 것이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편집하고 가공하려면 서비스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자체적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 자료화하는 것보다는 훨씬 적게 들 것"이라며 "관련 정보를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면 네이버 페이지뷰가 당연히 오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맺은 콘텐츠 이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양해각서는 해양수산부가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양수산부가 보유한 콘텐츠 중 여행정보 등 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보가 있다"며 "포털사이트 정보 제공으로 국민의 정보 접근성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해양수산부가 네이버 외 다른 포털사이트 운영업체와는 적극적으로 접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최대 검색 포털이라서 먼저 제안했고 다른 곳과는 MOU를 맺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추가 MOU 체결을) 안 할 이유는 없으므로 필요하면 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없다"고 부연했다.


    당분간 네이버가 독점적으로 해양수산부의 정보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인터넷업계 다른 종사자는 "자료는 쌓아두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공공자료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더 많은 이용자가 편리하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접근통로를 더 넓혀주는 것이 취지에 더 부합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말미암아 특정 사기업이 특혜를 받게 됐다고 꼬집는다.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벌이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정보 공개의 취지를 살리자면 모든 포털사이트에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맞지만, 여러 업체와 MOU를 맺어도 1위 업체에만 정보를 줄 때보다 효과가 크지 않으니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와 관련해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것도 이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공공정보 개방을 추진하는 정부 3.0과 관련해 해양수산부가 실적 위주의 전시행정을 펴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해 9월 포털사이트 다음에도 전화를 걸어 (무인도서) 콘텐츠 활용을 제안했지만, 당시 합병이 진행 중이어서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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