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시 향후 위험소지" vs "별 문제없어"

  • 국내 증권사가 해외 투자은행(IB) 등으로부터 사들인 신용부도스왑(CDS) 규모가 최근 5년간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DS는 기업 등의 부도위험을 사고파는 신용파생상품이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 우리 금융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은행 등과 체결한 CDS 거래잔액은 총 19조523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5년 전인 2009년 말(1조8200억원)보다 10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말 전체 CDS 거래잔액은 4조1730억원으로 증권사 비중은 43.6%에 불과했으나, 작년 말에는 전체(20조7300억원) 대비 94.2%를 차지했다. 증권사는 부도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고 CDS를 사들이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CDS 매입이 증권사의 주요한 수익원으로서 자리잡은 것이다.

     

    CDS 계약을 기초로 발행하는 신용연계채권(CLN)도 2009년 말 12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CDS와 CLN를 합친 전체 금액은 2009년 1조8320억원에서 작년 9월에는 20조9000억원으로 12배로 급증했다.

     

    가령 증권사가 사들인 CDS의 기초자산이 되는 A사가 부도나지 않으면 증권사는 프리미엄의 수익을 얻지만, 부도가 나면 보상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위험부담을 줄이려고 매입한 CDS 등을 다시 국내시장에 되파는 데, 작년 9월 기준 CDS는 15조950억원, CLN과 합치면 22조3000억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기업 등이 부실해지면 국내 증권사가 체결한 CDS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 최대 22조원 이상을 물어줘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이 불안해지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신용부도스와프(CDS) 리스크를 사들여 국내에서 파생상품 형태로 다시 매각하면서 수익을 올렸다"며 "파생상품은 원금까지 날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증권사가 어떤 리스크를 사들였는지 감독기관에서 확실히 체크하는 등 감독하고, 해외투자 자산이 외국 주식시장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는지 주가 손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DS 등의 거래금액이 크게 늘어났지만 별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사들인 CDS 계약의 기초가 되는 자산은 중국이나 일본, 프랑스 등의 국채나 해외 우량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채권이 한꺼번에 부도가 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DS 등이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면 그 중 위험성이 높은 신용물이 포함되거나 CDS가 길게 발행되는 것도 있을 수 있어 위험의 소지는 있다"면서도 "CDS는 기초자산이 무엇이냐가 중요한데, 현재는 대부분 우량 채권이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