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가 대부분…질적 성장은 기대 이하

국내 사모투자펀드(PEF)가 출범 10년 만에 수백개로 확대됐다.
 
약정액도 크게 늘어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기업 구조조정 촉진 및 기업 경영권 인수(Buy-out) 펀드를 통한 국내 자본 육성이라는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등록 PEF는 도입 초기인 지난 2004년 2개에서 2014년 말에는 277개로 증가했다. 
 
약정액은 4000억원에서 51조2000억원으로, 이행액은 3000억원에서 3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PEF는 2007년까지만 해도 44개에 불과했지만, 2008년부터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이후 PEF 설립·운용 경험이 있는 운용자(GP)가 재설립하는 PEF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재설립 PEF 비중은 2009년 51.4%를 기록했고 2011년 60.5%, 2013년 91.1%, 2014년 91.5%로 늘었다.

투자자를 확보한 뒤 투자 대상을 정하는 '블라인드 PEF'보다 처음부터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설립되는 '프로젝트 PEF' 비중이 높아진 것도 주요 특징이다.

특히 2010년 이후 보수적 투자성향을 지닌 대형 연기금들이 PEF 출자를 주도하면서 프로젝트 PEF 비중이 커졌다. 2007년 36.8%에 불과했던 프로젝트 PEF 비중은 2011년 46.5%, 2013년 68.9%, 2014년 74.6%로 치솟았다.
  
PEF의 운용자(GP)는 2005년 14개에서 2008년 48개, 2011년 124개, 2014년 말 162개로 팽창했다. 총투자 규모(누적)는 2014년 말 현재 46조1000억원, 투자 대상 기업은 690개사로 집계됐다.
투자 유형별로는 최대 주주 기업경영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략적 투자'보다는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을 감독하는 수준의 '재무적 투자'에 집중됐다.

지난 10년 동안 PEF의 전략적 투자 비중은 투자회사 전체 690개사 중 25.7%(177개사)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전문 인력 부족과 고위험 장기투자에 익숙지 않은 투자 문화 등을 감안할 때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거뒀지만, 단순 재무 투자 비중이 큰 점 등에 비춰 질적 발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또 매년 국내 기업 투자 비중이 80~90% 이상으로 해외투자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투자 비중도 2014년 말 현재 21.7%(60개)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재무적 투자에 차입자금을 사용할 경우 투자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편 지난 10년간 PEF 투자회수 금액(누적)은 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모험자본 역할을 할 수 있는 PEF 운용자가 많지 않아 기업 구조조정 및 경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PEF 유형을 단순화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운용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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