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시스템 갖추고도 활용 못 한 인재…안타까워사고 당시 운항 중…주변 배들이 무전으로 '구할 승객 없다' 알려안전 운항 위한 선원 안전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
  •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목포∼제주간 여객선 씨스타크루즈호에서 안전 점검이 진행됐다. 사진은 김철수 선장.ⓒ연합뉴스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목포∼제주간 여객선 씨스타크루즈호에서 안전 점검이 진행됐다. 사진은 김철수 선장.ⓒ연합뉴스


    "사고가 나면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게 최우선이다. (세월호가) 시스템을 갖추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


    매일 목포~제주를 오가는 씨스타크루즈호의 김철수 선장은 세월호 1주기를 앞둔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김 선장은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만큼이나 조류가 센 장죽수도나 진도 해역을 지날 때마다 세월호 참사가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항해경력 30년의 베테랑인 김 선장은 "(배가) 운항하다 보면 사고는 날 수 있다"며 "하지만 승무원이 일차적으로 할 일은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다.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등에 보고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장이 불가피하게 지휘 불능 상태에 있어도 1등 항해사, 2등 항해사 등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므로 그에 따르면(승객을 대피시키면) 된다"며 "세월호도 이런 체계를 갖췄지만,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부연했다.


    1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김 선장은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흐린) 날씨도 오늘 같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침몰 지점과는 2시간 이상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김 선장은 "멀지만, 승객 등을 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전 내용에 귀를 기울였는데 먼저 도착한 주변 선박들로부터 '(구할) 사람이 없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선장이 초조한 마음으로 이런 내용의 무전 내용을 확인하고 있을 당시 불행히도 안산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수많은 승객은 앞으로 닥칠 끔찍한 상황은 모른 채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서 마냥 대기하는 상태였던 셈이다.


    김 선장은 "선장은 운항 1시간 전에 선교에 나와 입항 준비를 하지만, 사실 24시간 당직 개념이므로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며 "문제가 있는 곳이 바로 선장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시간대별로 당직 항해사와 부원이 2인 1조, 3교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며 "세월호 침몰 당시 시스템에 따라 (선장과 선원이) 제때 퇴선 명령만 내렸더라면 그렇게 큰 희생은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씨스타크루즈 취항 이후 줄곧 승객 안전을 책임져온 김 선장은 "그동안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선원 안전교육을 꼽았다.


    김 선장은 "선원 안전교육은 선원수첩을 받기 전 1번만 받으면 이후로는 5년 주기로 받으면 됐다"며 "하지만 운항하면서 선원들이 안전교육을 미리미리 받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김 선장은 생각에만 그치지 않았다. 선사 사무실에 찾아가 비용을 떠나 승객과 선원의 안전을 위해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고 한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승객과 배를 버리는 데 발 벗고 나섰다면 김 선장은 승객·선원 안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행동으로 앞장섰던 셈이다. 선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