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까지 가계부채 1913억원… 전분기比 18조↑가계부채 비율 91.1%… 韓 경제 성장 걸림돌 경고도내수 위축·침체 초래… 트럼프 리스크까지 전망 암울 경제 성장률 줄줄이 하향 조정… "구조개혁 시급"
  • ▲ 시민들이 서울 중구 식당가 인근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시민들이 서울 중구 식당가 인근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0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증가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소비를 위축시키고, 통화당국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싶어도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해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자칫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2분기 말에 비해 18조원 증가했다. 7~9월 3개월 간 하루 평균(평일 기준) 약 1900억 원의 부채가 증가한 셈이다.

    이번 증가폭은 2021년 3분기(35조원) 이후 최대이며, 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가계신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신용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기가 계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3분기 동안 전체 가계부채는 18조원 증가했으나, 그중 주택담보대출은 19조4000억원가량 늘었다.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도 지난해 4분기 5만3000호에서 올해 1분기 5만9000호로 증가했으며,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8만3000호, 9만6000호로 급증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부채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중장기적으로뿐만 아니라 1~3년 내에도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2분기까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1%에 달하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평균(60.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렇다보니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는 내수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급증은 소비심리 회복 지연과 내수 위축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 지표인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2020=100)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으며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건설기성(불변)도 9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1% 감소하며 5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장벽이 추가되면 우리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중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위축된다면 정부가 예상하는 2%대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해 2.0%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낮을 때는 오히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