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서 상정 예정 여야 공감대 이뤘지만 쟁점사안도 존재 님비 현상에 전국 전력망 건설 지연 다수한전, 아젠다 발표 등 전력망법 통과 '사활'
  •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경. ⓒ뉴시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경. ⓒ뉴시스
    22대 국회 출범 후 6개월 만에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전력망법)이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여야 모두 전력망법에 공감대를 이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국회에 전력망법 제정 시급성을 거듭 강조해 왔음에도 국회가 뒷짐을 지고 있었던 셈이다. 여야가 전력망법 등 민생 법안을 최우선으로 논의하기로 했지만 쟁점 사안도 존재해 연내 처리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 전력망법이 안건으로 오른다. 연내 통과를 위해서는 이법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나, 쟁점사안에 대한 합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지도부가 전력망법 처리에 합의했음에도 각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폐기된 바 있어서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전력공급을 위해 대규모 전력망 확충이 요구되면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전력망법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한 곳에서만 수도권 전체 전력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도 49GW에 달하는 등 추가 전력 수요가 막대해서다. 

    이같은 상황 속 여야도 전력망법 제정을 통한 송변전 설비 확충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국회에 접수된 전력망법은 모두 10건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3건, 10건 발의했다. 고품질·대용량 전력망의 신속 구축을 통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목적으로 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부처 전력망 확충위원회 설립과 인허가 특례, 보상 확대 지원 등이 골자다. 

    다만 여야가 발의한 전력망법에는 쟁점사항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변수다. 여당은 신규 원전의 적기 계통 접속 등 국가에너지 믹스의 이행에, 야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건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의 김성원·이인선 의원 등은 "신규 원전의 적기 계통 접속,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 등 국가에너지 믹스의 이행을 위해서는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발의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산자위는 해당 발의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동해안 지역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강릉안인 1·2호기, 삼척 블루파워 1·2호기)와 신규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나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이 지연되면서 발전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전·화전 중심의 중앙집중형에너지체계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에너지체계로 급변하는 과정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었다. 발의 법안에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 따라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더욱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이다. 여기에는 주민 수용성 강화 방안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거주하는 세대주 과반수 동의와 사업시행자에 설비 지중화 요청 권리, 국가의 지중화 비용 전부 지원 등이다. 

    일각에선 전력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주민 과반수 이상 사전 동의 등을 법제화하면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도 제도적 기반 미비와 지역사회의 님비(기피·혐오)로 송·변전설비 구축 사업은 지연 중이어서다. 

    한전에 따르면 345㎸ 가공선로 기준 건설기간의 표본은 9년이나 실제로는 평균 13년이 소요되고 있다. 낮은 주민 수용성과 지자체 비협조가 원인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해안과 신가평을 잇는 500kV급 송전선로 건설사업이다. 주민 반발로 완공 시점이 2019년에서 2025년 6월까지 밀렸다.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도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2년 6월 끝났어야 했지만 주민 민원 등으로 오는 12월까지 늦춰졌다. 

    정치권이 거북이걸음을 하는 사이 한전은 전력망법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력망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건설기간을 평균 사업기간 대비 약 30% 정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전력망 구축 사업 지연도 올해 3분기까지 37조을 넘어선 한전의 누적적자를 가중시키고 있어 전력망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최근 산자위 법안심사소위 일정에 앞서 '전력망 확충 역량결집 전사 다짐대회'를 개최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력망 적기확충은 한전 본연의 업무인 '안정적 전력공급'의 핵심이고 국가 미래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과제"라며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미래 전력망 확충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핵심 아젠다도 도출했다. 선제적 전력망 확충, 국가기간망 입지선정 전담조직 신설 추진, 전력계통 정책 컨트롤타워인 '전력계통위원회' 신설, 전력망 확충 이해기반 확대, 보상범위 및 지자체 지원 확대 등이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안이 논의되었지만 처리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주요 전력망 건설 사업들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어 주민수용성 및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