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품질관리팀 원유분석실, 300여유종·900여개 분석 "시황따라 맞춤 생산"서로 다른 원유 안정적 정제 위해 철저한 사전분석 통해 시설 보호도"유가 급등시 멕시코 등 값싼 헤비오일 도입해도 끄떡 없어"
  • ▲ SK에너지 석유품질관리팀 원유분석실. ⓒSK이노베이션
    ▲ SK에너지 석유품질관리팀 원유분석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에는 전세계 원유 300유종을 매일 철저하게 분석하고 분류하는 기름의 달인 '유(油)믈리에'가 있다. 바로 SK에너지 석유품질관리팀의 원유분석실 직원들이다.

    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원유분석실의 '유믈리에'들은 마치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처럼 원유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회사 내에서 유믈리에로 불리고 있다.

    정유산업에 있어 원유는 가장 핵심적인 원재료인만큼 대부분의 정유사들은 수입한 원유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원유 분석 업무를 진행한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그 성질과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원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게 공정을 운영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원유의 안정적인 수급이 곧 국가 에너지 안보로 직결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은 정치적·종교적 요인으로 공급이 불안정한 중동산 원유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원유 분석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SK에너지 원유분석실은 지난 1985년 울산 COMPLEX에 기술 연구소가 생기면서 함께 만들어졌다. 원유를 가공해 LPG, 휘발유, 등유, 경유, 벙커씨유 등의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에서 들여온 원유를 분석하고 분류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원유분석실의 주 업무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나라별, 지역별 생산광구에 따라 색깔과 점도 등이 다르고 원유 속에 포함된 성분 비율이나 불순물 종류도 제각각이다. 다양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정제하기 위해서는 원유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사전 분석 작업이 필수로 꼽힌다. 원유의 특성에 따라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정제과정에서의 온도, 압력 등의 운전 조건도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 ▲ SK에너지 엄주필 선임대리 석유품질관리2팀 실험반장. ⓒSK이노베이션
    ▲ SK에너지 엄주필 선임대리 석유품질관리2팀 실험반장. ⓒSK이노베이션

    석유품질관리2팀의 실험반장인 엄주필 선임대리는 "과거에는 주로 중동 쪽에서 원유를 많이 수입했지만 이 지역은 정치적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수입이 제한적일 때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원유 수입 다변화를 추구한 결과 현재는 아시아,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다양한 전세계 유종들이 거의 다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정유 공장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출발점이 바로 유종별 원유의 성분 분석이다.

    SK에너지 석유품질관리2팀에서는 그간 전세계 원유 300유종, 900여개 이상의 원유를 분석했다.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다양한 원유 샘플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가 이같은 다량의 원유 샘플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밀은 정유 공장의 핵심 설비인 상압증류탑을 축소해서 만든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라는 특별한 설비 덕분이다.

    SK에너지는 울산 공장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원유를 파일럿 플랜트에 투입해 실제 정유 과정과 똑같이 테스트를 진행한 뒤 분석 결과를 얻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원유의 배합 비율을 조정하고 정유공장의 운전 조건 등을 설정한 후 최종 석유 제품 생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 ▲ SK에너지 원유분석실의 핵심 설비 '파일럿 플랜트'. ⓒSK이노베이션
    ▲ SK에너지 원유분석실의 핵심 설비 '파일럿 플랜트'. ⓒSK이노베이션

     


    파일럿 플랜트는 울산 공장 내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원유 정제 시설이다. 그러나 SK 울산 공장에 들어오는 모든 원유는 반드시 이곳을 거친 뒤 '합격' 판정을 받아야만 대규모 정제 시설에 투입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파일럿 플랜트 분석을 통해 얻은 자료를 '크루드 어쎄이(Crude Assay)'라고 부른다. 원유와 원유의 증류를 통해 얻은 제품의 수율, 성상을 모아둔 중요 자료다. 현재 SK에너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크루드 어쎄이를 보유하고 있다.

  • ▲ 원유를 분석한 크루드 어쎄이(Crude Assay) 샘플. ⓒSK이노베이션
    ▲ 원유를 분석한 크루드 어쎄이(Crude Assay) 샘플. ⓒSK이노베이션

     


    또 원유분석실은 대형 보일러와 디젤 기관 등에 주로 사용하는 값싼 벙커씨유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경질유를 찾아내기도 했다. 벙커씨유는 중질유로만 사용되지만 실제 벙커씨유를 정제하면 5% 가량의 경질유가 소량 나오는데 이를 손실 없이 회수하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러나 석유품질관리2팀은 새로운 실험을 통해 벙커씨유에서 경질유를 뽑아내며 회사의 수익 창출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엄주필 선임대리는 "벙커씨유에서 경질유를 찾아내는 것은 아무런 자료와 조건 없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 백지와 같은 상태였다"면서 "경질유를 얻기 위한 운전 조건을 새롭게 짜고 어쎄이 툴을 만들었다. 지금은 크루드 어쎄이 제공이 가능하고 벙커씨유 어쎄이가 30~40%로 전체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입 원유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분석 작업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만 배럴 규모의 유조선 한 척에 실려오는 원유를 약 1억2000억 원(배럴당 60달러 계산)으로 가정했을 때 원유분석실의 실험 데이터가 1%만 틀려도 회사는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게되는 만큼 정밀하고 정확한 분석이 필요해 원유분석실 직원들의 책임감 또한 상당히 막중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SK에너지 원유분석실은 매일 끊임없이 다양한 원유를 정확하게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원유분석실은 새로운 도전으로 활약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 ▲ SK에너지 정제공장 ‘울산 COMPLEX’ 전경. ⓒSK이노베이션
    ▲ SK에너지 정제공장 ‘울산 COMPLEX’ 전경. ⓒ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