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기본자료도 구축 안 돼대한유화, 대표적 유독물질 EO 탱크로리 운송판매 선언…사고 발생 위험성 커져
  • ▲ 황산을 실은 탱크로리가 전복돼 있다.ⓒ연합뉴스
    ▲ 황산을 실은 탱크로리가 전복돼 있다.ⓒ연합뉴스


    폭발성 위험물 또는 유독물의 운반·운송이 잦지만, 이들 위험물질 운반 차량의 추적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운전자들이 화물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위험물 실시간 추적관리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으나 관련 법을 제때 정비하지 못해 사업추진이 요원한 상태다.


    19일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폭발성 위험물을 운송하는 탱크로리 화물차량은 전국에 약 3만대가 있다. 가스를 운반하는 탱크로리는 1만대쯤이다. 화재 위험이 있는 위험물 운반 탱크로리만 4만여대가 돌아다니는 셈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위험물 운반 차량이 거의 매일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위험물을 실은 탱크로리 사고는 1년에 보통 10건쯤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위험물을 실은 탱크로리 운송사고는 2013년 15건, 위험물 누출 등에 따른 피해 금액은 6900만원이다. 지난해는 총 8건의 사고가 발생해 4억4200만원의 피해가 났다.


    사고유형은 차량 전복 등으로 말미암은 적재 위험물 누출이 전체 사고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타이어 과열에 따른 화재 사고도 더러 발생했다.


    따로 집계하는 유독 화학 약품 운송·운반 사고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고 건수와 피해 금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험·유독물 운송·운반에 관한 관리는 허술한 실정이다. 이들 위험·유독물질은 누출사고가 발생하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등 일반 화물 사고보다 피해규모가 클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인 운반 신고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사용이 금지된 물질을 운반할 때는 이를 신고해야 하지만, 세계적으로 위험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화물을 신고하지는 않는다"며 "휘발유만 해도 폭발성이 있는 위험물이지만, 운송할 때 따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위험·유독물질 사용이 늘고 있어 운반사고 발생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 ▲ 대한유화 온산공장.ⓒ대한유화
    ▲ 대한유화 온산공장.ⓒ대한유화


    대표적인 폭발성 화학 물질인 에틸렌 옥사이드(EO·Ethylene Oxide)의 경우만 해도 대한유화가 상업생산에 돌입하며 탱크로리 운송 판매를 선언한 상태다. 대한유화는 지난해 말 연산 19만t 규모의 EO·EG 신규 설비를 완공했다.


    EO는 계면활성제나 합성수지 등 유기화합물 합성반응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지만, 가연성과 폭발성이 강한 고위험 물질로 분류돼 국가 간 거래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마이너스 17.8℃ 이상이면 발화해 차량 전복 등으로 누출될 경우 사실상 상온에서 폭발할 수 있다. 특히 EO는 휘발되지 않고 생태계에 그대로 남는 잔류성도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17일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계면활성제 제조공장 폭발사고도 탱크로리에 화학물질을 섞는 과정에서 소량의 EO가 유출되면서 일어나 작업자 3명이 다친 것으로 밝혀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EO는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라며 "EO 운송은 파이프라인을 통해서만 외부에 공급하며 삼성토탈은 이미 10년 전부터, LG화학도 지난해 말부터 차량을 통한 공급을 중단한 상태로 안전한 공급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로 운송에 관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위험물의 운송·운반 관리에 대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위험·유독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실시간 추적관리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연구·개발(R&D)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나 관련 법안은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물류정책기본법 일부 개정안은 위험물질 운송 차량에 위성 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해 관리센터에서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내용이 뼈대다. 사고 발생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대형 재난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법안은 지난해 6월 발의된 이후 처리가 요원한 상태다.


    국토부 주무부서는 법안 통과만 기대할 뿐 사실상 사업추진에 손을 놓고 있다. 심지어 EO 같은 고위험 화학물질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위험·유독물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면서 "EO라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도로 운반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 관리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