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소비지출 573억원 감소 추산여행업계 "메르스 진정세 구체적 입증 필요…단순 재탕 설명회 무의미"해수부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추진" VS 문화부 "반대 입장 변함없어"
  • ▲ 입항한 크루즈.ⓒ연합뉴스
    ▲ 입항한 크루즈.ⓒ연합뉴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유람선(크루즈) 입항이 연이어 취소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에서 다시 한 번 크루즈 관광 설명회를 열어 한국 관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르스로 말미암은 크루즈 관광 차질에 대해 "외국선사와 중국 여행사를 비롯해 외국 공관과 항만공사 등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국내 크루즈 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달 20일 중국 상해에서 열린 크루즈 관광설명회에 참석하고 귀국길에 직접 크루즈 관광을 체험한 바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14일 오후 6시 현재 입항 취소가 통보된 건수는 총 21회(부산 5, 인천 16)로 입항 관광객 규모는 4만9000여명이다. 입항 취소 통보는 지난 8~13일 집중됐다. 현재까지 들어온 입항취소 통보는 6월 8회, 7월 6회, 8월 1회, 9월 3회, 10월 2회, 11월 1회 등이다.

    이달에 계획됐던 입항 63회(부산 12, 인천 10, 제주 41) 중 이미 부산 1회, 인천 2회 등 총 3회 5000여명의 관광객 입항이 취소됐다. 지난 13일에는 코스타 아틀란티카를 타고 2144명의 관광객이 부산항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들르지 않았다.

    해수부는 이달에 추가로 5회(부산 1, 인천 4) 9000여명의 크루즈 관광객 입항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크루즈 입항 취소에 따른 관광객 소비지출은 573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크루즈 관광객 1인 평균 소비지출액이 117만원이었으므로 입항이 취소된 관광객 4만9000여명의 소비지출액을 계산하면 573억원이 나온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크루즈 관광설명회를 재차 여는 것만으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관광여행사 한 관계자는 "크루즈 입항이 취소된 것은 국내 메르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들어섰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지난달 진행했던 행사를 단순히 재탕하는 게 중국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도움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 장관은 국적 크루즈 선사와 관련해선 "메르스 사태로 추진상황이 주춤했지만, 연내 출범과 내년 초 출항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 추진에 대해선 "주관 부서가 문화체육관광부이고 다른 부서와도 연관돼 있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유 장관은 "지난번에 (김종덕) 문화부 장관을 만나려 했으나 사정이 있어 못 만났다"며 "(김 장관이) 시간이 되면 만나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부는 두 장관의 만남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어 유 장관의 일방적인 구애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견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지난번 (두 장관의) 만남이 예정됐던 것은 맞지만,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취소됐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사석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부는 해수부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연내 출범이 유력한 국적 크루즈 선사 중 하나로 거론하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태도다.

    문화부 관계자는 "GKL 참여는 해수부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해수부는 GKL이 참여하면 각종 특혜 의혹이나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므로 참여를 희망하지만, 문화부가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GKL이 참여하기는 어려우므로 사실무근이다"고 잘라 말했다.

    GKL이 문화부에 괘씸죄로 걸리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선상 카지노와 국적 크루즈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일본의 한국 수산물 수입 제재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일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인 답변을 피했다.

    유 장관은 "일본의 WTO 제소는 양국 간 협상을 진행하는 전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해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서와 협업을 하지만, 최종 결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유 장관은 대통령령인 세월호법 시행령 등을 국회가 수정·변경할 수 있게 개정한 국회법이 정부로 이송되는 데 대해서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관련해 비롯된 것이지만, 해수부에서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정부에서 잘 판단해 의견을 표명할 것으로 본다"고 직답을 피했다.

    한편 유 장관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영국과 싱가포르, 태국을 잇달아 방문해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선거활동을 지원했다.


  • ▲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한 호텔에서 국제해사기구(IMO) 각국 대표단에게 IMO 사무총장에 도전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한 호텔에서 국제해사기구(IMO) 각국 대표단에게 IMO 사무총장에 도전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