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구현이 고어(古語)가 아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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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상희의 컬쳐 홀릭] 이 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만큼 통쾌하다. 그 통쾌함에 즐거움을 양념으로 첨가시켜 유쾌하기까지 하다. 영화 베테랑은 그랬다.

    현실이 주는 팍팍함을 위로 받기 위해서, 잠시 동안만이라도 스크린에 투영된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어서 사람들은 극장을 찾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 단순 액션오락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바람이 꽤나 간절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국민의 반재벌 정서가 팽배한 가운데 마주하게 된 영화는 한마디로 재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픽션이었으면 좋았을 상황들은 우리가 어디에선가 듣고 보아온 현실이다. 그래서 씁쓸하고 아프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은 이제 돈은 피보다 진하다로 진화하고 있다.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이란 말은 이 속담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말이 아니던가.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며 밑바닥까지 다 드러낸 돈 싸움. 어느 순간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버린 재벌의 모습. 안타깝게도 그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처절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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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초월한 정의감’은 과연 현실에 존재하기나 할까?

    정의감에 불타는 서도철(황정민 분)이란 인물은 마치 판타지 속 캐릭터 같다. 그래서 비현실적이다. 그런 탓에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 담긴 캐릭터이기도 하다. 싸우고 또 싸워도 지치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거대재벌의 대항마다. 체불된 임금을 받으려다 재벌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배기사(정웅인 분)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한다.

     

    없는 자는 그저 자신이 갖고 놀다 버리는 장난감에 불과한 재벌 조태오(유아인 분)는 가진자의 끝을 모르는 기고만장함을 보여준다. 그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막강한 힘은 그가 저지른 온갖 만행들을 덮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 그것을 남의 죄로 둔갑시킬 수 있는 역할을 자처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돈의 힘이다. 그 앞에 사람들은 무력해진다. 가진 자의 돈 자랑은 그래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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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외제차를 타고 광란의 질주를 하는 조태오. 그가 가진 고가의 외제차는 출동한 다수의 경찰들을 다치게 하고, 도심 한복판을 헤집어 놓고도 멈출 줄을 모른다. 소시민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린 후에도 계속되는 질주는 철옹성 같은 재벌의 힘을 상징한다. 잡힐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쉽게 잡히지 않는다. 마치 이들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킨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이다. 우리가 아는 그것은 힘없는 다윗의 승리로 끝이 났기에. 그래서 희망을 가져봄직 하다. 조태오의 질주를 비로소 막을 수 있었던 것은 힘없는 서도철의 불타는 정의감이었다.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강한 의지가 돈의 힘을 제압한 것이다.

     

    조태오가 구속되고 의식이 없었던 배기사가 깨어남으로서 영화는 우리가 바라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구현해낸다. 이처럼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진부한 코드가 때로 말로 표현 못할 통쾌함을 안겨준다.

    영화 베테랑은 무기력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서 좋다. 단지 판타지의 구현이라고 한다면 현실 가능성을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일까?

     

    서도철이 보여준 ‘사회정의구현’, 언제부턴가 우리가 사는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듯 느껴지는 이 구호가 고어(古語)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문화평론가 권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