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3억 고위급 직위 신설해 무경력 채용 논란박해철 "보은인사 위해 무리한 결정… 공정성 훼손"윤석대 사장 전문성 부족 논란도… "나눠먹기식 인사"잇단 횡령, 사업비 전용, 성과급 잔치로 '복마전' 비난도
  • ▲ 한국수자원공사 CI. ⓒ한국수자원공사
    ▲ 한국수자원공사 CI.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가 인원 감축을 골자로 한 조직 혁신계획을 내놓고도 고위직을 늘리고 그 자리에 없어도 그만인 비전문가 정치인을 채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낙하산 인사'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조직을 혁신하겠다는 진정성을 훼손한 격이라 조직 안팎에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6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홍보실과 기획조정실에 각각 부서장급인 '미디어홍보센터장'과 '정책협력센터장' 직위를 신설하고 외부 인사를 채용했다. 해당 직위는 2급(갑)으로 연봉이 약 1억3000만원에 이르는 고위급이다. 이는 평사원이 25년 이상 근무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위급에 신규 채용된 A씨와 B씨의 경력이 수자원 정책과 무관하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채용 직전까지 윤석열 정부 대통령 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B씨도 수자원 관련 경력과 무관한 기자로 근무했다.

    박 의원은 "수자원 정책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 인사를 채용하며 공사가 보은인사를 위해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며 "공기업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신규 채용된 인사들의 근무지가 대전 본사가 아닌 수도권인 경기 과천으로 지정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 의원은 "해당 조치는 특정 인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사가 고위직을 감축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보은인사를 위해 신규직위를 신설한 것은 청년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행태"라며 "강사원 감사 등을 통해 채용비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는 2022년 9월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위직급 축소 및 지원인력 조정을 포함한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수립하고 17명의 감축을 목표로 한 바 있다.

    공사가 보은인사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사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반(反)4대강 운동을 주도한 환경단체 대표를 등용한 바 있다. 해당 인물은 임원을 지내며 수천만원대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사업을 주관하는 공사에서 이같은 인물을 등용했다는 점에서 문 정부의 보은인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공사 비상임이사를 맡은 김정수 노무현재단 광주공동대표도 수자원·토목 경력이 전무한 인물로 보은인사 의혹이 있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이뤄지며 '낙하산 인사 맛집'이란 오명까지 나올 판이다.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기용되다보니 지난 3년간 중대사고로 8명의 작업자가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당하는가 하면 최근 4년간 성비위로 18명 임직원이 징계를 받는 등 조직 기강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총 100억원이 넘는 횡령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회계 부실 문제가 이어지고 7000억원이 넘는 사업비 전용까지 드러나면서 '비리 복마전' 비난이 커졌다. 이에 공사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등급 하락'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 징계받은 직원에게 수천만원 성과급… 전문성 없는 윤석대 사장도 문제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가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국민 혈세 낭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의 '국제테마파크 용지 저가매각 부당' 감사에 따라 징계를 받은 공사 직원 3명의 올해 성과급은 기존 8620만원에서 약 250만원 줄어든 수준인 837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들은 지난 2월 각각 정직 1개월, 감봉 3개월,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지만 성과급은 대부분 유지됐다.

    이들은 공사가 추진한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에서 신세계그룹에 용지를 저가에 매각하도록 함으로써 공사에 막대한 재무적 손실을 입힌 바 있다.

    김소희 의원은 "수척억원의 손실을 입힌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기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석대 사장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산하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목건설이든 환경이든 뭐 하나라도 관련이 있어야 하는데 사장 임명은 어떤 능력으로 되신거냐"고 윤 사장을 추궁했다.

    이에 윤 사장은 "도시계획 분야에 나름 석사학위도 소지하고 있다"면서 "도시개발에 대한 조금의 전문성을 갖고 있고 IT 관련 박사학위도 소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나름 알아봤는데 박사 논문을 봤더니 금융권 사이버 침해사고 공동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연구하셨다"며 "그런데 이 논문이 수자원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몰아세웠다.

    이어 "수자원이나 환경, 토목과 관련된 경력이 없는 윤 사장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왔다"며 "능력 있는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윤 사장이 과거 경찰 제도개선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찰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경력도 부족하고 환경정책 전문성도 없는 인사가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정부의 나눠먹기 인사의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윤 사장은 충남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대전예술고 이사장, 이명박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관, 코스콤 전무 등을 지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수자원공사 사장들은 토목건설·수자원 등 공사 업무와 관련한 경력이 있었는데 경력이 없는 사람은 윤석대 사장이 유일하다"며 "어떤 능력으로 사장이 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