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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CEO들의 ‘연봉 일부 반납’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봉 일부 반납 행렬은 이달 초 3명의 금융지주 회장들이 시작했습니다. 초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봉 30%를 반납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한 것입니다.
곧 이어 신한·KB·하나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은행장 등)들은 연봉 20%를, 임원은 10% 반납을 결정했습니다. BNK·DGB·JB 등 지방금융지주 회장도 연봉 20%를 반납하겠다며 이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최근엔 우리은행과 씨티은행도 합류했습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연봉 20%를, 부행장과 계열사 대표도 1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고요, 외국계 은행인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도 연봉 20%를 반납하겠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금융권 CEO들이 개인 월급을 털어서라도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일조하겠답니다.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기되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이 같은 결정이 과연 자발적인가, 그리고 경영진들의 십시일반이 실제로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겁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누가 봐도 자발적인 모습이 아니다”는 뒷말이 나옵니다. 물론 CEO들은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금융당국 고위 간부가 3대 금융지주에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금융당국 간부 입장에서는 그저 원론적인 말을 한 마디 던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대 금융지주사는 ‘뭐라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겠죠.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가 연봉 일부 반납이고, 역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던 다른 은행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을 것이다... 충분히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의도야 좋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CEO들의 연봉 일부 반납이 청년실업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겠느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실, 금융회사들은 몸집 줄이기에 들어간 지 오랩니다. 점포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고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층에 있던 점포들도 2층으로 3층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인력도 마찬가집니다. 있는 인력도 희망퇴직, 임금피크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CEO들은 1년 연봉은 저 같은 월급쟁이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액수지요. 그렇다곤 해도 그들의 연봉, 그것도 일부를 반납한다 한들, 청년실업 해소 효과가 드러날 정도로 고용을 충분히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서는 고용 확대하라고 닦달하는데 비용은 줄어들고... 자칫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최근 임금피크제 대상이 된 한 시중은행 지점장급 인사 역시 “내 월급이 줄어들더라도, 젊은 친구들이 정규직으로 입사할 수 있으면 충분히 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만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다”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 뿐인 것 같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니, 이자마진 장사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겠지요.
요즘 금융당국은 핀테크·인터넷은행 등 금융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찾는데 열심입니다. 이 같은 노력을 존중합니다. 이번 연봉 일부 반납 행렬도 의도치 않게 ‘압박’처럼 돼버렸지만, 그렇다고 금융당국의 개혁을 향한 노력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금융개혁을 진행함에 있어서 금융사들과 더욱 허심탄회한 ‘소통’에 나서면 좋을 듯합니다. ‘압박’처럼 돼 버린 건, 아직 충분히 허심탄회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해서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금융권이 청년실업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