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역세권 개발의 90%가 LH 부지조성비… 민투법상 공공부문 사업시행자 배제국토부 "선정 때 알았지만, 따지지 않아"… LH, 직접적인 언급 피해
  • ▲ 투자선도지구 시범지구로 선정된 강원 남원주 역세권 개발사업 조감도.ⓒ국토부
    ▲ 투자선도지구 시범지구로 선정된 강원 남원주 역세권 개발사업 조감도.ⓒ국토부

    국토교통부가 투자선도지구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4000억원 이상의 민간자본 유치가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절반 이상이 공공부문에 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발비여서 민자 유치 규모를 뻥튀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투자선도지구 시범지구 공모에 전국 10개 시·도에서 총 32개 사업을 신청했고, 강원 원주시·전북 순창군 등 4곳이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업대상에 선정됐다.

    투자선도지구는 '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지역개발지원법)'에 따라 올해 새로 도입된 제도다. 발전 잠재력이 있는 지역 전략사업을 발굴해 집중 육성하게 된다.

    이번에는 순창 한국전통 발효문화산업과 영천 미래형 첨단복합도시 개발사업이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발전촉진형, 남원주 역세권 개발과 울주 에너지융합산업단지 개발사업이 낙후지역 외 거점지역에 적용되는 △거점육성형 사업으로 각각 추진된다.

    국토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총 418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 유치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업별 민자 유치 규모는 남원주 역세권 개발이 2222억원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울주 에너지융합산단 1038억원, 영천 첨단복합도시 800억원, 순창 전통발효문화산업 120억원 등의 순이다.

    그러나 원주 역세권 개발사업의 유치 민자가 공공부문인 LH의 토지보상비와 공사비 등 부지조성비인 것으로 드러나 민자 포함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원주 역세권 개발 사업비는 총 2469억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10%인 247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2222억원은 민자다.

    원주시 관계자는 "민자 부분은 LH의 부지조성비를 계산한 것"이라며 "국비도, 지방비도 아니어서 민자로 봤다"고 설명했다.

    민간투자법 제2조(정의)에는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자를 공공부문이 아닌 일정 요건을 갖춘 법인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은 국가·지자체와 함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각종 공사·공단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LH는 국민주거생활의 향상과 효율적인 국토 이용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사다. 30조원의 자본금 전액을 정부가 출자했다. 즉 LH는 민간투자법상 공공부문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올해 처음 투자선도지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포장하려고 민자 유치 규모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국토부 지역정책과 관계자는 "(선정과정에서) 원주 역세권 개발의 민자가 LH의 개발비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분양을 통해 민간기업이 유치될 것이므로 민자든 LH든 따지지 않았다"면서 "(이 사업은) 다양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성장거점을 육성해 지역을 발전시키는 게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거점육성형 사업에 함께 포함된 울주 에너지융합산단 개발의 경우 1038억원의 민자는 산단 개발 이후 입주희망기업의 선분양금으로 책정돼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국비(원전특별지원금)로 토지보상에 착수할 수 있어 초기에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데다 울산지역에 공장용지가 부족해 분양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며 "타당성·수요 조사에서도 입주 희망업체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원주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부문 LH의 개발비를 유치 민자에 포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LH는 원주시와 국토부가 LH 부지조성비를 유치 민자에 포함한 것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LH 한 관계자는 "(지자체나 국토부 처지에선) 투자선도지구 사업의 실적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