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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우리로써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왜 계속해서 분란을 일으키지는 모르겠다. 내년 3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된 것을 너무 악용하는 것 같다. 남아있는 한화투자증권 임직원들이나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끼쳤으면 좋겠다.”
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최근 독단경영의 절정을 보여주면서 그룹은 물론 내부 직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분위기다.
오는 5일 실시 예정인 서비스 선택제에 대해 리테일본부 지점장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고객보호 명분이라고 하지만, 내부 직원들조차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주진형 대표는 국회로부터, 그룹으로부터 독단경영의 지적을 받았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내부에서조차 반기를 들게 된 것이다.
내년 4월 1일부로 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폐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주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리포트를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내면서 그룹과의 갈등을 야기시켰다. 당시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로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화투자증권이 삼성물산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내면서 한화그룹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그룹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이사회가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주 대표는 국감에서 “저희 회사의 이사회는 누가 시킨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고,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하기 때문에 (한화그룹에서) 해임을 시키려 한다는 것은 과하다”며 “이사회에서 잘 판단해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그룹에 항명을 공식화한 것이다.
결국 지난달 21일 한화투자증권 임시 이사회가 열려 오는 11월 5일 임시주총에서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부사장)을 신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주 대표가 임시 이사회 개최를 반대했지만 후임 인선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사실상 그룹에서 더 이상의 독단경영을 좌시할 수 없기에 조기에 후임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주 대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된 기사에 대해 불신하던 주 대표는 최근에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에는 한 매체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임기를 3년 보장받기로 했고, 중간에 그만두면 위약금으로 2~3배의 보수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2년 6개월의 임기를 보장 받았지만, 취임 이후부터 그룹 수뇌부와 갈등이 있어서 이렇게(경질 수순) 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내년 3월 말까지 그룹의 경영방침과 상관없이 본인 뜻대로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 전에 자기를 내보내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11월 5일 여승주 부사장이 한화투자증권 신규 이사로 선임되고, 이사회를 통해 각자 대표이사 또는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될 경우이다. 이 부분에 대해 그룹 측에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주진형 대표이사의 해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승주 부사장과의 각자 대표 또는 공동 대표 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주 대표의 독단경영을 견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주 대표와 여 부사장간의 팽팽한 신경전과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 대표의 개혁과 경영 성과에 대해 성공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면 고객들이 우리 회사를 신뢰할 수 있겠냐”며 “고객의 불신은 결국 회사의 실적 악화, 직원들의 피해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 대표는 내년 3월에 회사를 떠나면 끝이지만, 남아있는 직원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한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