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맞대응성 보복 일단 소강상태 접어들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유가 및 운임비 급등, 유가 150불 갈수도 실제 봉쇄 카드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 ▲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가운데)이 지난 14일(현지시각) 테헤란 주재 외국 대사들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AP 뉴시스
    ▲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가운데)이 지난 14일(현지시각) 테헤란 주재 외국 대사들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AP 뉴시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맞대응성 보복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추가 공세 시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at maximum level)의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어제 밤 일은 공격이 아니었다"며 "이스라엘이 심각한 공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이란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만약 이스라엘이 또다른 모험을 하며 이란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우리의 다음 대응은 즉각적이 될 것이며 최대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13일 밤(현지시간)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했다. 엿새 뒤인 19일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에 나선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번갈아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스라엘과 이란 양 국가 모두 수위 조절을 하면서 퇴로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들 국가가 전면전은 피하면서 '제한된 군사옵션'을 통해 내부적으로 명분과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 상황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제5차 중동전쟁으로의 비화 등 즉각적 확전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 ▲ 호르무즈 해협ⓒOpenStreetMap
    ▲ 호르무즈 해협ⓒOpenStreetMap
    다만, 향후 이스라엘이 이란을 재도발할 경우 사태는 심각해 질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해상 수송 원유의 20%가 지나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항해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더 큰 보복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해 오고 있는 가운데, 호르무즈 봉쇄 카드를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동남부와 아라비아반도 동북부 사이 위치한 좁은 수로다. 동서 167km, 남북 39~96km에 불과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해외로 운송되는 길목이다. 해당 항로를 통해 전 세계 소비량의 21%가 통과되는 만큼 이곳에 문제가 생긴다면 유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73년 이란은 제4차 중동 전쟁 당시 이곳을 봉쇄해 오일쇼크를 일으킨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 된다면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85달러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는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 13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 상승시 상승하고 있는 물가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운송비 부담 가중과 공급망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 ▲ 미국 해군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뉴시스
    ▲ 미국 해군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뉴시스
    하지만, 당장 봉쇄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군사적 균형에서 이란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은 페르시아만 중부 섬나라 바레인에는 미국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해당 존재만로도 이란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미국과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란 입장에서는 전면 봉쇄 카드까지 꺼내들며 제5함대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나오는 석유와 가스 등의 주요 고객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아시아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정작 이스라엘과 미국에는 큰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이며, 당사국인 이란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국제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수차례 경고해왔다. 이 기간 이란에 대한 수많은 경제 제재와 주변국과의 전쟁 상황 속에서도 정작 이란은 선박 나포와 억류 등의 조치에 그쳤다. 이는 실효성을 따져봤을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만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중동 지역 에너지 교역을 감소시키고 유가를 천정부지로 오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란이 지난 세월 흐로무즈 봉쇄를 언급했지만 정작 실행한 적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19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확전을 피한다면 유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는다면 환율도 다시 안정 쪽으로 가리라 생각한다"고 중동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