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운용 獨투자펀드, EOD 처리한투, 대주단과 대출연장 협상 중부동산 불확실성 "추가 하락 가능성"
  •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유럽부동산 펀드의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유럽 상업용 부동산들의 가치가 하락했는데 고금리 악재까지 겹치면서 떨어진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만기 연장으로 시간 끌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주단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금리 인상으로 내야 할 이자가 늘면서 부담이 만만찮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의 트리아논 빌딩 현지 대주단으로부터 대출 만기가 불가능하다고 최종 통보 받으면서 여기에 투자하는 펀드가 기한이익상실(EOD) 처리됐다. EOD는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져 금융기관이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만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에 투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빌딩(The Toison d’Or)에 투자한 이 펀드는 벨기에 법무부 산하기관인 RDB(Regie Des Batiments)가 오피스 면적 전체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2019년 6월 설정됐는데 최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청산을 끝내야 했다. 그러나 잠재 매수자를 찾는 데 잇따라 실패하면서 만기일이 2029년 5월로 연장됐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기준가 기준 약 80% 손실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EOD 발동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이 80%에 근접하기도 했다. 다행히 현지 계좌에 유보해 놓은 약 700만 유로(약 100억원)를 활용해 대출을 일부 상환하며 LTV를 낮췄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현재 대주단과 대출 연장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달 14일 선순위, 다음 달 14일 중순위 대출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대주단과 합의해야 도산을 피할 수 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 관계자는 "해당 빌딩은 정부 기관이 100% 임대 중"이라며 "대주단도 2곳과 합의하면 되기 때문에 만기 연장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대비 높아진 대출금리가 변수다. 최초 설정 당시 기준금리를 고려해 대출금리는 1.20% 수준에서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유럽중앙은행 기준 금리는 4.5%이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유럽 3개국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의 수익자 총회를 오는 12일 열고, 4년 만기 연장을 추진 중이다.

    보유 중인 스페인 물류센터는 -29.33%, 프랑스는 -26.05%, 영국은 29.7% 손실이 발생하면서 금리가 낮아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유럽 부동산 시장이 언제쯤 좋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 하락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나 추가 가격 하락 위험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