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연간 63억원 경제적 가치… 친환경 어업·생태관광자원 등 활용 가치 높아유형별 복원 기술·차별화된 관광 자원화 등 체계적인 접근·관리 필요
  • ▲ 갯벌 체험.ⓒ무안군
    ▲ 갯벌 체험.ⓒ무안군


    갯벌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염생식물을 잡는 어업활동으로 얻는 경제적 가치는 물론 생태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 기후변화 조절 기능 등 친환경적인 미래 생명자원의 보고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간척과 매립 등의 개발로 말미암아 감소하고 있는 갯벌을 어떻게 되살리고 갯벌의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해 어떻게 보전·관리해야 할지 살펴본다.<편집자 註>

    우리나라 갯벌은 서·남해에 분포한다. 전체면적은 2487.2㎢다. 국토면적의 2.5%에 해당한다. 전남이 1044.4㎢(42.0%)로 가장 넓고 인천·경기 875.5㎢(35.2%), 충남 357.0㎢(14.3%)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 갯벌은 유럽 북해연안, 캐나다 동부연안, 미국 동부 조지아 연안, 아마존 유역 등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불린다.

    하지만 갯벌은 간척과 매립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1987년부터 2013년까지 26년간 사라진 갯벌 면적은 716㎢쯤이다. 전체면적의 22.4%가 없어졌다.

    갯벌은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드러나는 쓸모없는 땅이 아니다. 갯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2010년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가 1㏊당 9990달러로 1㏊당 96달러인 농경지보다 100배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서울과학기술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갯벌은 1㎢당 연간 63억원쯤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생산 기능 17억5000만원, 산란지·서식처 제공 기능 13억5000만원, 수질정화 기능 6억6000만원 등이다. 이를 전체면적으로 환산하면 연간 16조원에 달한다.

    갯벌은 수질정화 등 생태적 기능도 한다. 갯벌 5㎢는 하루 20톤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를 처리한다. 이는 하수종말처리장 1개소를 짓는 것과 맞먹는다. 1987~2013년 전국에서 716㎢의 갯벌이 사라진 것을 참작하면 이 기간 하수종말처리장 140개소가 없어진 셈이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갯벌은 휴식·친수공간으로서 생태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각종 수산물의 산란지·서식지로도 매우 중요하다"며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어업과 생태관광지 제공 등 갯벌의 다양한 기능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갯벌 복원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 습지에 모여 있는 혹부리오리.ⓒ무안군
    ▲ 습지에 모여 있는 혹부리오리.ⓒ무안군


    ◇"갯벌·습지는 생명자원의 보고"… 순천·고창 갯벌, 세계적 생태관광지로 육성해야

    외국 사례를 보면 지속 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갯벌·습지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생태 복원의 대명사가 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 비치 일대의 볼사 치카 습지는 방목장, 유전 등으로 사용하다 방치된 지역을 해수유통을 통해 갯벌로 복원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은 오리 사냥을 위해 둑을 쌓고 원유를 채취하면서 1920년부터 해양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됐다. 습지를 찾던 철새들은 멸종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환경보존단체를 중심으로 습지생태보존운동이 펼쳐지면서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습지보존운동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석유회사는 습지 보전을 위해 122만3140㎡쯤의 땅을 주 정부에 기증했고, 주 정부도 나머지 땅을 사들여 대대적인 환경복원사업을 펼쳤다. 캘리포니아주는 2년간 1억4700만 달러를 투입해 원유를 뽑던 유공을 막고 해안도로와 모래 해변을 재조성했다. 이런 노력으로 2006년 다시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습지가 복원됐다. 수천 마리의 다양한 철새들도 다시 볼사 치카 습지를 찾게 됐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만의 경우 폐염전을 습지로 복원하는 등 64.7㎢에 걸쳐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연안 복원사업에는 앞으로 2050년까지 총 13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간척·제방 건설로 농경지로 사용하던 남부의 스헬트 하구역을 자연조석습지로 복원한 사례가 유명하다. 방조제를 없애고 갯벌을 복원하면서 염습지 서식 종의 변화는 물론 불가사리·해삼 등 저서동물 군집이 다양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문을 연 홍콩 서북부의 마이포 습지(0.6㎢)는 도심지 주변의 생태습지공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마이포 습지는 어류, 새우양식장, 논으로 사용되던 곳이었으나 신도시 개발에 따른 습지 보전의 필요성이 제기돼 생태 완충지역으로 조성됐다.

    홍콩 시내에서 1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도요새, 물떼새, 기러기류 등 수백 종의 철새가 관찰된다. 세계적으로 1400여 마리만 남은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20%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포 습지는 늪지와 갯벌, 맹그로브숲, 철새 등이 전부일 만큼 볼거리 측면에서는 별것이 없지만, 인공적인 요소를 거의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관광도시 홍콩의 이색적인 관광자원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폐염전과 폐양식장 등으로 사용하다 버려져 방치되거나 훼손된 갯벌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전남 순천, 전북 고창, 경남 사천 등 3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복원사업을 벌인 이후 지난해까지 총 137억원을 들여 8개소가 복원됐다. 강화 동검도는 내년까지 사업이 추진된다.

    순천만 갯벌(0.12㎢)은 2010~2012년 18억5700만원을 투입해 폐염전, 새우양식장을 연안습지로 복원했다. 2003년 30만명이던 관광객은 복원사업이 시작된 2010년 300만명으로 10배쯤 증가했다. 연인원 700여명의 고용창출은 물론 관광수입에 힘입어 연간 1000억원쯤의 경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관광객 1인당 지출액 규모는 2010년 401원에서 지난해 2810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사천 갯벌(0.56㎢)은 2010년부터 2년간 20억원을 들여 송도~비토섬 둑길을 트고 교량화해 해수를 유통함으로써 갯벌 기능을 회복했다. 어류 서식지가 형성된 것은 물론 굴 양식 등 수산물 생산량이 2~3배 증가했다.

    고창 갯벌(0.96㎢)은 사업비 7100만원을 투입해 오염된 폐축제식 양식장(67.5㏊)을 염습지와 염생식물지, 갈대 군락지 등으로 복원하고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고창군은 해양생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올해 고창갯벌축제를 그동안 따로 운영했던 수산물축제, 갯벌축제와 통합하는 등 고창 갯벌 활용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갯벌 복원사업과 함께 수산발전기금을 활용한 서식처 기능개선사업도 갯벌 자원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남 신안·무안군 지역의 물길 복원사업과 환경개선 사업이 대표적이다.

    신안군의 경우 2012년부터 2년간 총 3개소에 걸쳐 물길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연륙도로(노두길) 설치로 해수 유통이 단절되거나 기존 해수 유통로가 좁아 주변 갯벌의 퇴적현상이 심한 곳을 대상으로 물길을 트고 해수 유통로를 추가로 설치했다.

    오영춘(60) 신안 증도면 병풍2구 이장은 갯벌 기능개선사업에 힘입어 생태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 이장은 "병풍도는 섬이다 보니 각종 사업에서 소외되곤 했는데 갯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능개선사업이 이뤄지면서 관광객 쉼터나 꽃동산 등이 조성되고 해안가 청소도 깨끗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 이장은 병풍도 사람들에게 갯벌은 삶의 터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체 120여 가구 중 40여 가구가 염전, 새우양식에 종사하는데 지난해부터 소금값이 떨어진 데다 나머지 농사를 짓는 가구도 소득이 낮아 힘들다"며 "다행히 갯벌이 제 기능을 찾으면서 낙지 등을 잡아 소득을 올리는 어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병풍도 갯벌에서는 특히 낙지가 많이 잡힌다. 낙지 한 접(20마리)이 최대 12만원에 팔린다. 2~3접을 잡으면 20만~30만원 벌이는 하는 셈이다.

    오 이장은 "농사를 짓지 않고 낙지만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도 2가구가 있다"고 전했다.

    오 이장은 "병풍도 갯벌 주변으로 풍광이 수려한 모래사장 등 생태관광지로 적합한 곳이 많지만, 아직 해안도로가 놓이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갯벌 자원화 사업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태평습지.ⓒ신안군
    ▲ 태평습지.ⓒ신안군


    ◇복원 기술·생태관광 콘텐츠 개발 등 과제 산적… 해수부, 갯벌 자원화 종합계획 마련

    갯벌복원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복원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복원 대상지를 선정하는 기준은 물론 복원 성공 여부를 평가할 기준도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수산자원 회복, 생물 다양성 증진, 경관 가치 증진 등 갯벌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달성 목표가 제시되지 않으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

    연안생태계 유형에 맞는 다양한 갯벌복원 기술 개발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국내 갯벌 복원기술은 미국과는 30년, 일본과는 20년의 격차를 보이는 실정이다. 시공기술과 복원 이후 관리·유지상태를 감시하는 기술은 모두 선진국의 60%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다.

    갯벌 복원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도 미흡하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생태계 복원에 갯벌 복원에 관한 세부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은 내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해양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갯벌체험이 여름철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겨울철에 즐길만한 체험 프로그램이 적은 게 현실이다. 수산물 단순 채집, 조류 탐조 등 획일화된 체험 행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간척·매립 사업과 폐염전·유류 오염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갯벌어장이 줄어 수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어장 환경이 악화하는 것도 문제다. 갯벌어업은 친환경 청정어업 이미지가 강한 만큼 어장환경 개선과 관리는 갯벌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필수요소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관계자는 "갯벌 복원을 통한 생태관광과 친환경 어업을 통한 어가 소득 증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갯벌 자원화 종합계획을 마련했다"며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해 갯벌 관련 산업을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