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지속에 자산가 전유물이던 자산관리, 대중화 움직임예적금에 묻어뒀던 자산, 증권사로 이동 시작
  • 불확실성이 많은 내년을 위한 증권사들의 조직개편이 한창인 가운데 공통적인 화두는 'WM(Wealth Management, 자산관리) 강화'이다.

     

    WM은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만의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저금리와 저성장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도 증시로의 이동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맞춤 전략과 포트폴리오 제공을 통한 고객유치에 전 증권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으로 통합출범 2년째를 맡게 될 NH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와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나섰다.


    신설되는 WM전략본부는 자산관리 영업과 상품 기획 업무를 통합 수행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자산관리(WM)를 위한 전략 수립과 상품 개발을 담당한다. WM사업부에 상품총괄을 통합하며 몸집을 키운 것으로 자산관리와 그에 따른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사측은 증권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요한 시점임을 고려해 적극적인 변화로 업계를 선도하고, 영업 모델이나 수익성 측면 모두 완성된 사업구조를 갖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중심 조직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발표했다. 기존의 리테일본부를 WM본부로 변경하고 관련 부서를 대폭 개편했다. 또 WM본부 내 조직이었던 초우량고객 전담의 SNI사업부와 온라인고객 전담의 스마트사업부를 WM본부에서 분리해 CEO직속으로 편제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SNI(Samsung&Investment)는 삼성증권 WM 사업의 상징으로 CEO 직속으로 편제한 것은 고객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수익률을 극대화 시켜 자산관리 명가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실제 SNI는 삼성증권을 넘어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는 곳으로 다수의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SNI 고객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 맞춤형 영업 채널을 도입하고, 이와 관련해 자산관리 지원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SK증권도 최근 WM사업부문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WM에 힘을 싣는다. WM추진본부 내에 모바일사업팀을 신설해 모바일 환경에 선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KB투자증권도 WM 사업강화에 적극적이다. 자산관리 랩상품을 선보이고, 정기 상품전략회의를 통해 추천상품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WM사업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10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KB WM CAST'를 통해 온라인마케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WM을 키워 그동안 취약했던 리테일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조직개편과 전략을 통해 공통적으로 WM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자산관리가 대중화되며 그만큼 증권사의 수익성 향상에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일반 대중들도 자산관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증권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으로, '돈 많은 사람'만이 받는 서비스가 아닌 일반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축소에도 랩어카운트의 인기가 지속된다는 점이 WM사업부 수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국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점도 예적금 자금이 증권사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이미 해외에서는 은행보다 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개인 자산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 분야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는 자산관리가 대중화될 수록 온라인 자산관리 분야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관리가 대중화된다고 해서 누구나 지점을 방문해 서비스를 받기는 힘들기 때문에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 및 상담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 자산관리 분야가 급속도로 커질 경우 수수료 인하 움직임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가 온라인화되면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고, 고객들은 싼 수수료를 받기 위해 온라인으로 갈아타는 순환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