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추천 이후 관심도 ↑공급 부족에 잇따른 증설 계획 … 물량 확대까지 시일 걸릴 듯치매, 지방간,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 적응증 확대 시도일라이릴리 '젭바운드' 출시도 눈앞한미약품·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도 GLP-1 비만약 개발 도전
  • ▲ 위고비 ⓒ 노보노디스크
    ▲ 위고비 ⓒ 노보노디스크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약 10일 뒤면 국내에 들어온다. 미국을 시작으로 덴마크, 영국,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페인, 캐나다, 일본 등 세계 10번째 출시다.

    세게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훌쩍 넘어서 공급 이슈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위고비는 약 18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비만약 시장 판도도 뒤흔들 것으로 점쳐진다. 그 경쟁력은 무엇일까.  

    ◆일론 머스크의 극찬으로 유명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2년 10월2일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 'Fasting and Wegovy(단식과 위고비)'라는 글을 올렸다. '몸이 건강해 보이는데 비결이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머스크 CEO뿐만 아니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도 위고비로 체중을 감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의 비만약으로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이 진행돼 같은 성분인 '오젬픽'으로 출시됐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함량만 다를 뿐인데 오젬픽에는 최대 1㎖, 위고비에는 최대 2.4㎖가 함유된다.

    GLP-1이 뇌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칼로리 소비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고 일부 국가에서는 정식허가없이 '오프라벨' 방식으로 오젬픽을 비만환자에 처방하기에 이르렀다.

    위고비에 앞서 출시된 GLP-1 계열의 비만약 '삭센다(성분 리라글루티드)'는 매일 1회씩 투여해야 하는데 위고비는 주 1회만 투여하면 돼 투여 편의성이 훨씬 높다는 점도 위고비를 향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위고비는 68주 투여시 체중을 평균 14.8% 감량한다는 임상결과가 확보됐다. 반면 삭센다를 56주 투약했을 때 약 7.5%의 체중이 감량됐다.

    ◆돈 있어도 못 구해 … 품귀현상 언제쯤 해결될까

    위고비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올해에만 60억달러가 넘는 자본 지출을 단행했다. 글로벌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캐털란트의 생산시설 3곳을 1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올해 말이 돼야 인수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에는 덴마크에 70억달러, 프랑스에 25억달러씩 투자해 생산시설 확보에 나섰으며 올 6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레이튼에 41억달러를 투입해 두 번째 충전 및 마감 제조시설을 증설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위고비 생산의 즉각적인 증가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 '꿈의 비만약'에서 '만병통치약' 넘본다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약으로 영역이 확장된 위고비에 대해 적응증을 추가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의 심혈관,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로도 위고비 승인을 받았다.

    표준 치료법과 병행했을 때 심혈관계 위험을 약 20%,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위험을 약 15%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GLP-1 계열의 비만약이 뇌와 말초신경계 모두에 작용해 수면 무호흡증,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물론, 항염증 효과로 인한 만성콩팥병, 지방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자살 충동을 낮춰주고 흡연·알코올·대마 중독 등 정신과 분야에서도 위고비를 활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위고비 이후 비만약도 기대만발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 오는 15일로 예정되면서 향후 다른 GLP-1 계열의 비만약의 국내 출시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젭바운드(성분 티르제파티드)'는 지난 7월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품목허가를 받아 위고비 다음으로 국내 출시할 GLP-1 계열 비만약으로 꼽힌다.

    젭바운드는 GLP-1 호르몬과 혈당과 체중을 줄이는 기능을 하는 호르몬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위고비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에서 체중이 5% 이상 줄어든 비율은 위고비 투여군 77%, 젭바운드 투여군 93%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체중이 10% 이상 줄어든 비율은 위고비 투여군 47%, 젭바운드 투여군 87%로 격차는 더 커졌으며 젭바운드 투여군의 체중은 평균 21.4% 감량돼 위고비 투여군(9.1%)보다 2배 이상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여기에 가격도 미국 기준 위고비의 한 달 처방가격(1349달러) 대비 약 26% 저렴한 1000달러로 책정돼 위고비 아성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한국형 위고비는 언제쯤? … 한미·유한 등 출사표

    국내 제약사들의 GLP-1 계열 비만약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장 앞서는 곳은 한미약품으로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체중감량 시 근손실을 동반하는 비만약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근육을 증가시키는 작용기전을 지닌 'HM15275'의 미국 임상 1상 시험도 하는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비만약을 점찍었다. 한미약품은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비만학회에서 처음으로 HM15275의 후속 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밖에 유한양행과 HK이노엔,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한독, 디앤디파마텍 등이 GLP-1 계열의 비만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