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 대비 경영권 프리미엄 30% 이상 책정대주주 산업은행도 웃음, 매각차익 1조3000억
  • 최대 3조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대우증권 인수전은 당초 예상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최근의 상황을 봤을 때는 선방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이 2조4000억원(산은자산운용 패키지 포함) 가량을 써내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가장 높은 응찰금액을 제시해 유력한 인수자로 부상하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빅3 후보군 가운데 미래에셋을 제외하고도 나머지 후보군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모두 2조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2조3000억원, KB금융지주는 2조1000억~2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본입찰을 앞두고 산업은행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였다. 가장 큰 문제는 장부가 아래로 떨어진 주가였다. 대우증권 주가는 지난 7월 1만6000원을 기록한 이후 연일 내림세를 보이다 지난 14일에는 9820원까지 떨어지며 약 11개월 만에 주당 1만원이 붕괴되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매각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지난 8월24일 종가는 1만1750원이었다. 당시 대우증권 지분 43%(1억4048만1383주)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을 묶은 장부가를 1조8000억원으로 산정했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대우증권의 실적 우려감 등 약점이 거론되며 몸값 빼기 시도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2조원 아래에서 입찰 최고가가 나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부정적인 예상과 달리 미래에셋이 2조4000억원대를 써내며 유력한 인수자로 등극한 것을 비롯, 빅3 후보군 모두 최소 2조원 이상인 2조1000억원을 써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우려를 한번에 불식시켰다.


    미래에셋의 입찰가 2조4000억원대는 산업은행이 제시한 장부가 1조8000억원에 비해 33.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수준으로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수준과도 일치한다. 현 주가 대비로는 미래에셋이 50%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은 셈이다.


    이처럼 모든 후보군이 최근 일고 있는 대우증권의 부정적인 전망과 그에 따른 주가하락 요소를 감안하고 2조원 이상의 금액을 베팅함에 따라 대우증권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본입찰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를 확인했고, 최근 주가가 이익 대비 크게 하락한 만큼 바닥 다지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전일 대우증권 주가가 6% 이상 하락한 것과 관련해서는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과 합병이 유력하다는 분석에 고평가된 대우증권을 팔고 저평가된 미래에셋증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수전이 흥행함에 따라 매각주체인 산업은행도 미소를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의 손실로 2조6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조속히 대우증권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조원 이상의 가격이 확실시 되는 만큼 유찰 가능성도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의 대우증권 취득가는 약 1조300억원 수준으로 미래에셋에 2조4000억원에 매각한다면 1조3000억원 이상의 차익은 물론 그동안 받았던 2454억원의 배당금을 감안하면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오는 24일 미래에셋·KB금융지주·한국투자금융지주·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의 예비후보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