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 주도 매각가격 올려 157억 추가수익"미래에셋, 실사 때 부실 발견되면 깎겠지만 큰 기대는 안해"

  • 산업은행의 미래에셋에 대한 KDB대우증권 최종 매각가, 즉 할인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증권 내부요인이 아닌 금호산업의 채권단으로 엮였던 미래에셋과 산업은행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에 대한 최종 인수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금호산업의 매각작업을 복기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활약'에 힘입어 미래에셋과 함께 금호산업의 채권단이었던 산업은행은 예상보다 높은 인수대금을 챙길 수 있었다.

    당시 금호산업 채권단 중 최대 의결권(14.2%)을 갖고 있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에 대한 경영권 지분 가격을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고, 미래에셋의 '활약'에 힘입어 금호산업의 채권단이었던 산업은행 역시 예상보다 높은 인수대금을 챙길 수 있었다.

    재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지난 2010년 1월 워크아웃을 시작한지 5년 만인 2015년 1월 산업은행의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새주인 찾기에 나선 바 있다. 이후 5월까지 본입찰 유찰 등으로 표류하던 금호산업 매각 작업은 결국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프라이빗 딜)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시 박삼구 회장이 처음 제시한 인수가는 주당 3만900원(총 6000억원)이었다.

    반면 채권단 중 목소리가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서며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금액 대비 인수가를 두배 가까이 올렸다. 미래에셋이 주장한 인수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 90%를 적용해 1조218억원이었다.

    이후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간에 진통과 협의가 지속된 끝에 결국 7228억원으로 매각가를 확정했고, 지난해 말 박삼구 회장은 대금을 완납하며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아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물론 산업은행에도 큰 이득을 가져왔다.

    주당 3만900원에 계약을 체결했다면 151만7608주(4.32%)를 보유했던 산업은행은 469억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반면 미래에셋의 주도로 계약규모가 주당 4만1213원(총 매각가 7228억원)으로 높아져 625억5000만원을 받게 돼 산업은행은 156.5억원의 추가 수익을 안게 됐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PE(사모펀드)에 들어가있는 사학연금이나 교원공제회 등의 기관투자자들과 미래에셋의 펀드 관리자가 적정 인수금액을 산정해 제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박삼구 회장과 미래에셋의 인수 희망가격이 수천억원 이상의 차이를 보인 상태로 3개월 이상 지루한 줄다리기가 지속돼 채권단 사이에서도 3자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셋측이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채권단의 양보와 동시에 박삼구 회장도 써낼 수 있는 희망가격을 더욱 높여 결과적으로는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매각작업과 관련해서는 매각자와 매수자로 입장이 극명하게 바뀐 상황이지만 양측간에 큰 잡음 없이 본실사와 인수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에셋 측이 '통근 베팅'으로 경쟁사를 여유롭게 따돌리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점도 산업은행 측에서는 호재나 다름 없다.

    2조4000억원은 경영권프리미엄이 더해진 금액이지만 장부가격이 1조8000억원, 지난 1999년 대우증권 지분인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1조300억원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증권 매각을 통한 큰 차익실현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산업은행 측이 허용범위 내에서는 미래에셋에 대해 대우증권 매각가를 충분히 깎아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미래에셋 측은 부실이 발견되면 할인을 요구하겠지만 금융권 특성상 큰 할인요인은 없을 가능성이 높아 '대폭할인'에 대한 기대감은 낮추고 있는 모습이다.

    인수대상이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실사를 통해 나온 가격차이가 기존 제시한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큰 자산은 사람, 부동산, 유가증권, 채권, 보유현금 등으로 한정돼 실사에 돌입해도 특별한 부실자산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우리투자증권 당시에도 최종 할인 금액은 2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크게 할인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쪽에서 (할인에 대한)큰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고, 다음주 진행될 실사를 통해 찾아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 매각작업과 관련해서는 "원활하게 진행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인수대금이 예상보다 높아졌고, 금호산업도 다시 박삼구 회장의 품으로 돌아가게 돼 결과적으로 마무리가 잘 됐다고 본다"고 말하며 미래에셋 측의 성과와 산업은행과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측은 "절차에 따라 본계약과 실사를 진행하면서 최종 금액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약 당시 본실사 과정에서 매각가 할인폭 제한을 걸어뒀다.

    증권가에서 할인폭은 최대 2.5%로 알려졌지만 이 수치는 양측 계약내용과 다르며 2.5%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이 당초 제시한 인수 매각 대금 2조4000억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7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실사 결과에 따라 할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재계 M&A(인수합병)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를 통해 리스크가 드러나게 되면 5% 안팎의 범위 내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