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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온라인 직영 판매를 강화하면서, 영세 유통업체들의 영업 환경이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이통사 성장에 있어 휴대폰 등 단말기 판매 분야에서 제역할을 해왔던 유통업체들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경우 이통사의 지배력이 유통분야까지 확대돼 장기적으로 선택권을 박탈당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의무휴무제를 시행해 전통시장과 같은 골목 상권을 지킨 것처럼, 미래부와 방통위를 중심으로 '이통사-영세 유통업체'간 상생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의 직영점이나 한 통신사의 상품만 파는 대리점에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이 일고 있다. 용산 등 전자상가의 휴대폰 판매 매장의 경우 이미 개점휴업 상태가 된지 오래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통신사를 옮기고 번호를 바꿔야 단말기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단통법이 시행, 보조금이 통제되면서 통신사를 옮기는 것보다 한 통신사에서 장기우대 고객 서비스를 받는게 낫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이통사들은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공식 온라인 쇼핑몰 'T월드 다이렉트'에서 휴대전화를 주문하고 다음날 가까운 지점·대리점에서 개통하는 '지점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T월드 다이렉트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사은품을 얹어 주는 'T기프트의 귀환' 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은품은 블루투스 스피커, 데이터 쿠폰, 보조 배터리, 디지털 체중계 등 30여가지에 달한다.
KT 역시 '플러스 기프트' 행사를 최근 펼치며 직영 온라인 매장 올레샵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블루투스 스피커, 보조배터리, 헬스케어 밴드 등을 증정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직영 온라인 매장인 유플러스샵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요금 7%를 추가 할인해 주고 있다.
물론 이통사들의 온라인 직영점 강화 정책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지만, 영세 유통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단통법부터 알뜰폰 등장으로 하루에 휴대폰 한 대 파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통사들의 온라인 직영점 프로모션은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약 4만여개의 휴대전화 유통 판매점이 영업을 해 왔지만, 단통법으로 1분기에만 약 20~30%가 폐업하는 등 수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이통사 태생과 성장에 있어 단말기 유통 활성화에 일조한 것 역시 영세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이 줄도산할 경우 시장은 더욱 과점체제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영세 유통업체들을 외면해선 안되는 이유다.
몇 년전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의무휴무제를 시행해 골목 상권을 지킨 것처럼 분명히 방법은 있다.
단통법으로 보조금이 획일화 되면서 소비자들이 번호이동보다는 요금할인 등의 혜택으로 발을 돌리는 등 이통사들의 직영몰은 더욱 활성화될 조짐이다.
사실상 단통법 체제에서 유통업자들은 폐업 말고,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각각 '이용자정책국', '단말기유통과'에서 유통업체들과의 상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지만 이렇다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