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경제지표 하락세…한은 금리인하 압박↑최상목 경제부총리, 경기 부양 나서…예산 조기집행증시 디커플링·강달러 심화…미국 자산에 머니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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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대비 역대급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인 가운데, 한미 간 금리차 확대 우려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원화 자산을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원 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20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보유액)은 1128억달러(한화 약 164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80억달러) 대비 65.64% 늘어난 수준이며 예탁원이 관련 자료를 집계한 지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국민연금도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는 약 399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24.5% 증가한 반면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약 145조원으로 2%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북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1조1473억원으로 지난해 말(11조7943억원)보다 79% 이상 늘었으며 최근 한 달 사이에만 2조33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이동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외 펀드는 해외 주식형 펀드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되면서 성장률 궤도가 회복세를 나타냈다”며 “이는 북미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의 호조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투자자금 유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금리인하 압박으로 한미 간 금리차 확대 가능성이 있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고 있어 ‘원 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내 경기를 좌우하는 수출,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증가율이 지난 8월(10.9%)부터 11월(1.4%)까지 4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으며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10개 분기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1월 1일부터 사회간접자본(SOC)·복지 등에 쓰일 11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을 통해 집행하겠다며 경기 부양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으로 11조6000억원을 추진하는데, 복지가 3조9000억원, SOC가 4조4000억원 정도”라며 “이렇게 되면 이달부터 지출원인 행위가 가능해지고 2분기 집행했던 사업들을 1분기로 당겨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사업에 국비를 우선 교부하거나 교부 기간을 단축하는 ‘신속 집행’으로 보조금 재량 지출을 상반기에 3조원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그는 “기존 예산을 최대한 전례 없이 당겨서 집행해 다른 수단도 동원해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와 환율 급등 속 금리인하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1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여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 환율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경기 모멘텀 등을 고려하면 1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이 불투명한 부분이 많은데, 추경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조기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발목을 잡는다.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나흘째 1450원선을 웃돌고 있다. 이날에는 전 거래일(1452원) 대비 0.5원 내린 1451.5원에 출발했지만, 직후 상승 전환해 1453원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심지어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내년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시사했다. 연준은 18일(현지 시각) 새로 내놓은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9월 전망치 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내년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한 ‘네 차례’가 아닌 ‘두 차례’ 정도만 내리겠다는 뜻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연준은 동결할 경우 한미 간 금리차가 확대돼 원화 약세·강달러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990년대 일본과도 유사하다. 1990년대 초 일본은행은 버블 경제가 터지자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하했는데,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선 저금리의 일본에서 돈을 빌려 수익성이 높은 미국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환율은 더욱 상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 증시는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화를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원 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