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년전 1290원에서 1450원 돌파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만 최고치중소기업 등 고환율로 인한 비용부담 증가산업계 "환율 안정화 절실, 대책 마련 시급"
  • ▲ 최근 정국 불안정으로 인해 원달러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섰다. ⓒ뉴데일리DB
    ▲ 최근 정국 불안정으로 인해 원달러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섰다. ⓒ뉴데일리DB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원자재 가격도 같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보다 지출 비용이 크게 늘어 부담스럽습니다.” (성남 소재 비제조업 A업체)

    “기존 진행 중인 계약 건에 대해 환율이 오르니까 해외 업체에서 단가를 계속 낮추려고 하거나, 계약을 지연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칠곡 소재 제조업 B업체)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환율 피해가 쏟아지고 있는 것.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53원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1290원과 비교해 1년 사이 12.6%나 상승했다. 또한 2009년 3월 1570원을 넘은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10일부터 13일까지 수출 중소기업 513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현황조사 결과, 22.2%가 고환율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정부가 현재 상황 극복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 설문에서는 55.2%가 ‘환율 안정화 정책 마련’을 꼽았다. 
  • ▲ 부산 남구 부두 야적장 모습.  ⓒ뉴시스
    ▲ 부산 남구 부두 야적장 모습. ⓒ뉴시스
    벤처기업협회가 이달 23일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벤처기업 영향조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  

    벤처기업의 52.3%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경영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응답했다. 특히 벤처기업의 62.2%는 환율 변동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전자부품 업체 C사는 “환율 변동으로 원부자재 비용이 상승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장비 업체 D사도 “급격한 환율 변동이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들이 고환율 등 어려운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6200억원 규모의 수출지원사업 등 2025년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조기에 공고하겠다는 밝혔다.

    하지만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탄핵소추안 표결 등으로 불거진 국내 정치 리스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440원 부근에서 단기 저항선을 형성했다”면서 “내년 1분기에는 정국 불안에 더해 트럼프 집권 초기 우리 정부의 리더십 부재 등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연초 환율을 1300원 수준으로 설정했다”면서 “수출 마진은 대략 5% 수준인데 환율이 10% 넘게 오르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 항공업계, 시멘트업계 등 산업계 다방면에서 고환율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DB
    ▲ 항공업계, 시멘트업계 등 산업계 다방면에서 고환율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DB
    고환율은 중소·벤처기업을 넘어 산업계 다방면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 리스비, 연료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계는 고환율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항공사들의 고정비용이 증가해서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우에는 동일 조건에서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 업체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 산출은 어렵지만 고환율은 분명히 비용 증가의 요인”이라면서 “대한항공보다 규모가 작은 LCC 업계가 상대적으로 환율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쌍용C&E, 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 등 시멘트 업계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시멘트 원가에서 유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데,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환율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업체에 따라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피해가 나타난다”면서 “건설경기 침체에 시멘트 수요 감소, 전기요금 인상 등 어려움이 많은데 환율 악재까지 겹쳤다”고 호소했다.  

    고환율로 인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결국 대외신인도 회복과 환율 안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회, 정부, 기업이 한 마음으로 협력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