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전 교육훈련·배치전환 등 정당성 확보해야… "대다수 근로자 대상 아냐"임금피크제 도입 '취업규칙 변경요건'도 완화…노동계 '쉬운 해고' 강력 반발
  • ▲ 노동 양대 지침 발표하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연합뉴스
    ▲ 노동 양대 지침 발표하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연합뉴스

    정부가 22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으로 내세워진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1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한 지 사흘 만이다.

    정부는 양대 지침이 '쉬운 해고'가 아니며 통상해고는 그동안에도 인정됐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양대 지침이 정년 60세 제도의 안착과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노동시장 변화에 나침반 역할, 부당해고 방지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측은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근로자에 대해 먼저 교육·훈련과 근무·배치전환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노총 대타협 파기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결과 빨리 정부의 지침 전체를 알리는 게 혼란을 조기에 불식한다고 판단했다"며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 운영'과 '근로계약 해지' 등 두 부분으로 이뤄졌다.

    근로계약 해지 부분은 그동안 '쉬운 해고'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정부는 지침에서 근로계약 해지 부분을 '징계·정리·통상(일반)해고' 등으로 유형별로 나누고 유형별 정당한 이유, 절차 등의 내용을 담았다.

    논란이 됐던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나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를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근거로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를 규정한다.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회사에서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해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장관은 "지침에 따르면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는 일반해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통상해고는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해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며 이때도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갖춰야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지침을 보면 통상해고 대상자로 평가되면 먼저 교육훈련을 통해 능력개발의 기회를 줘야 한다. 이후에도 개선이 없으면 배치전환 등을 통해 재도전 기회를 주는 등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여야 통상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취업규칙 지침은 취업규칙에 관한 해석과 운영에 대한 기준을 담았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피크제처럼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규를 도입할 때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변경요건이 완화되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노조 등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은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이 제시됐다.

    이 장관은 "법원은 1970년대부터 일관되게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동의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취업규칙 변경 완화는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며 "대부분 사업장은 노사가 협의를 통해 동의를 받아 임금체계 개편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오는 25일 전국 47개 기관장 회의를 열어 이번 지침을 시달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지침은 법을 제정하는 게 아니라 집행하는 것이므로 지침 시행 시기는 발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전국을 돌며 노사 간담회를 열어 양대 지침에 대한 노동계 의견을 더 들을 계획이었으나 19일 이후 다양한 현장에서 대부분 같은 내용이 제기됐다"며 "좀 더 빨리 지침 내용을 발표해 현장의 혼란을 막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한노총의 대타협 파기 이후 줄곧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노총 대타협 파기 선언 다음 날인 20일 고용부 등 새해 합동 업무보고에서 "지금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어렵다"며 "올해 노동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고 현장에 정착시킬 수 있게 노사의 결단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2일 황교안 국무총리도 서울 중구 한화 본사에서 가진 긴급 노사 간담회에서 "노동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절박한 과제로, 현장 근로자 의견을 수렴한 뒤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양대 지침 발표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노총과 민노총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양대 지침을 확정한다고 한 대타협 합의를 전혀 지킬 뜻이 없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앞으로 대정부 투쟁을 강력하게 펼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소송투쟁, 4·13 총선투쟁 등을 통해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