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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사업은 2∼3년 전만 해도 1년 안에 마무리되면 성공했다고 했어요. 요즘은 계약 1달만 지나도 완판이 안되면 악성 미분양으로 거론되니 부담스럽죠."
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만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불과 3개월 전에 분양을 시작한 자사 단지가 악성 미분양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뜻이었다.
그는 "중대형 상품이 3개월 만에 70% 이상 계약률을 기록하면 무리 없는 사업지"라며 "최대 호황 시기를 기준으로 분양시장을 바라보면 성급한 일반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뜨거웠다. 2015년 전국에 53만 가구가 쏟아지며 부동산114가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물량이 쏟아졌다. 건설사들도 2016년 예상 사업지를 2015년에 당겨서 분양했다. 전국 곳곳에선 수십 대1의 경쟁률은 물론 '완판'이라는 단어를 쉽게 들었다. 이 때문에 분양 시장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사는 빠른 완판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 내부에선 분양가 책정 등 사업지 분석에 실패가 있었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어서다.
한 대형건설과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빠르게 계약이 되면 조합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언론에 공개적으로 계약 수준의 노출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초반 3개월 안에 60∼70% 계약률이 올라오면 해당 사업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팔린 만한 물건은 다 팔았다는 의미다. 한 단지에서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동·호수가 있기 마련이다. 나머지 가구는 결국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의견이다. 즉 1년 안에 완판하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한국축구를 2002년 월드컵 4강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분양시장을 분석할 때 넓은 범위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지난해 분양열기가 유독 뜨거웠던 것이다. 기준점을 평년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시계를 2011∼2013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전국 분양 물량은 30만 가구를 넘기지 못했다. 어쩌면 이 당시가 '평년' 수준이다.
준공후 미분양으로 대규모 할인분양에 들어간 단지가 있다면 사업성 분석의 실패 탓이다. 사업 시행자의 대규모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기존 입주자의 피해도 불 보듯 뻔하다. 즉 진짜 미분양 단지는 바로 '준공 후 미분양'이다.
입주 전 일부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해 악성 미분양 단지라고 일컫는 것은 모순이다. 분양 사업을 보는 범위를 1달이 아니라 6개월, 나아가 1년으로 넓혀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