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서 당당하려면?… 과시욕 큰 중국인 "비쌀 수록 좋다""스마트폰, 남에게 보여주는 악세서리"…친인척 선물용 인기몰이
  • ▲ 왼쪽부터= 갤럭시S6, 아이폰6. ⓒ뉴데일리경제DB.
    ▲ 왼쪽부터= 갤럭시S6, 아이폰6. ⓒ뉴데일리경제DB.


    "중국 사람들은 과시욕이 크기 때문에 무조건 갤럭시 아니면 아이폰을 산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내 대다수 스마트폰 판매점 주인들은 한결같이 중국동포 선호 스마트폰으로 갤럭시와 아이폰을 꼽았다.

    17일 중국동포 밀집지역 대림동을 둘러본 결과, 이 지역 판매 1~2위 스마트폰은 삼성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3위는 의미가 없을 만큼 두 개 브랜드가 압도적 점유율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대림 1동의 한 휴대폰 할인점 점원은 "중국동포들은 갤럭시와 아이폰을 반반씩 찾는다"면서 "나머지 스마트폰을 사는 손님은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가계 역시 "아이폰이 제일 잘 팔린다"며 "다만 골드 색상 갤럭시 노트5가 선전하면서 지금은 두 개 스마트폰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뜻밖의 결과다. 서울 평균과 비교해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는 대림동에서, 그것도 힘겨운 타향살이를 하는 중국동포들이 값비싼 스마트폰만 골라 쓴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동포 몇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의문이 쉽게 풀린다.

    10년째 대림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중국동포는 "1년에 적어도 한두 번씩은 중국을 들르는데 갤럭시나 아이폰 정도는 써야 당당할 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중국 가족들은 한국에 가서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한다"면서 "스마트폰은 악세사리처럼 겉으로 들러나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중국동포들과 판매점 상인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대림동 내 대형마트에서 점원으로 일한다는 중국동포는 "내 주변 친구들도 죄다 갤럭시와 아이폰을 쓰는데 나만 싼 폰을 쓸 순 없는 노릇"이라며 "중국 사람들은 원래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과시욕이 크다"고 귀뜸했다.

    그래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왕 살거면 20~30만원 더 주고라도 좋은 걸 선택한다"며 "한국 사람들처럼 가격을 심하게 따지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대림동에서는 갤럭시와 아이폰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중국동포들이 중국 내 가족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하는 물량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 2동의 한 대리점 판매원은 "중국동포들 얘기를 들어보면 중국보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사는 게 저렴하다"며 "그래서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가고, 심지어 스마트폰을 사러 한국까지 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웨이와 샤오미 등 자국 브랜드를 사겠다는 중국동포들은 찾기조차 어려웠다. 애국심이 토종 브랜드 구입을 자극하는 현상이 적어도 대림동에서 만큼은 없는 셈이다.

    중국동포들에게 갤럭시가 어떻게 하면 아이폰을 이길 수 있느냐고도 물어봤다.

    중국동포이면서도 대리점 점원 자리를 꿰찬 한 여성은 "성능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모두 좋다"며 "결국 값어치가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최신 제품 기준으로 아이폰보다 갤럭시가 더 저렴한 편인데, 이게 오히려 갤럭시의 약점"이라며 "가격을 더 올리는 식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