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3대 0' 완패… 법조계 "애플 패배 확실…대법 상고도 못할 듯"재심리 요청 '전원합의체' 승부수… "남은 카드 모두 쓰겠다"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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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벼랑 끝에 몰린 애플이 삼성을 향해 마지막 반격을 가했다. 삼성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항소법원 결정에 대해 재심리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3대 0으로 완패한 애플의 주장이 다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만약 애플이 이번에도 무릎을 꿇는다면 대법원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그동안의 모든 다툼이 정리하고 백기를 들어야 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말 애플이 승소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제기할 수 있는 2심 재판을 의미한다. 다만 1심에서 판결이 아닌 가처분 또는 가압류, 결정과 같은 결론이 내려지면 2심으로 항고심을 거치게 된다. 항소심 결정에도 반기를 들려면 대법원에서 한 번 더 재판을 열 수 있다.
이른바 '2차 특허침해 소송'으로 불리는 이번 소송에서 지금까지 애플은 스마트폰 기능 가운데 '밀어서 잠금을 해제'와 '자동 오타 수정', '퀵링크' 등 세 가지를 문제 삼아왔다. 퀵링크는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전화번호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클릭하면 전화가 걸리거나 홈페이지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뜻한다.
이후 지난 2013년 5월 1심 법원은 애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삼성전자에 147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원심의 결정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놨다. 1심과 달리 '밀어서 잠금을 해제'와 '자동 오타 수정' 부분을 무효로 적시한 것이다. 아울러 손해배상액 중 대부분(1200억원)을 차지했던 퀵링크에 대해서도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번에는 애플이 반격에 나섰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종심을 거치기에 앞서 앙방(enbanc)으로 불리는 재심리를 먼저 요청한 것이다.
앙방은 전원 합의체라고 보면 된다. 보통 법원은 사안별 성격에 따라 담당 판사를 많게는 수십명씩 배분하는데 실제 재판에는 이들 판사가 모두 참석하지 않고 대표성 있는 몇 사람만 들어간다.
그러다 앙방 신청이 접수되면 재판에 참가했던 판사뿐만 아니라, 당초 법원이 배분했었던 판사 전부가 참여해 재심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애플이 2심에서 패할 때는 판사 3명이 사건을 맡았었다. 그런데 이들의 의견이 삼성의 승리로 한데 모이면서 애플은 패배의 쓴 맛 봐야 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최근 앙방 절차를 거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당시 재판장을 지켰던 3명의 판사 외 나머지 법원이 분류했던 관련 판사 8명도 모두 나서 삼성과 애플의 사건을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2심에서 3대 0으로 결정 난 사건이 번복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다.
송근존 미국 변호사는 "판사 3명의 뜻이 일치했다면 대표성을 띈다고 볼 수 있다"며 "비슷한 성격의 나머지 판사들도 대부분 이 의견에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도 "3대 0으로 결정 난 사안이기 때문에 변화가 없을 걸로 본다"고 자신했다.
그런데도 애플이 이처럼 무모한 싸움을 거는 까닭은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소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심리가 끝나면 어차피 대법원으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법원은 통상적으로 헌법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사건 자체를 심리하지 않는다. 더욱이 재심리를 통해 사실관계가 이미 드러난 사건에 대해선 아예 손을 뗀다. 애플 입장에서는 마지막 반격의 카드인 셈이다.
송 변호사는 "미국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끝까지 싸우는 것이 관례"라면서 "물론 시간을 벌면서 대응 전략을 찾겠다는 생각도 깔려있을 수 있겠지만 남은 가능성을 전부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