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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던 양적완화가 기사회생할 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즉각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긋기에 나섰다.
한국한 양적완화는 지난 4.13 총선 때 새누리당의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제안해 경제적 쟁점이 됐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어 산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는 한국은행법의 개정을 전제로 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히면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양적완화가 진행되면 대기업에게 이익이 쏠린다는 주장이다.
주진형 더민주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27일 한 라디오에 출연, "양적완화 양적완화 하는데, 거기다 대놓고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지는 못하겠다"며 "(박 대통령은)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큰 기업이니까 국가가 돈을 내줘야 된다는 식으로 조건반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경영진과 주주, 채권단 등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적완화에 대한 국민의당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다"며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은 전일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안 대표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로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양적 완화에 대한 강연을 들은 뒤 박지원 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 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또 옆에 앉은 천정배 공동대표에게도 "너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 있어 가지고,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라고도 했다. 공개적으로 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자리한 기자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 -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정부가 양적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겉으로 드러난 대통령과 야당의 경제관의 간극은 상당히 컸다. 다만 야당 일부에서 정부와 한은의 국책은행 출자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 향후 여야 간 협의가 진행된다면 구조조정이 재원마련 차원에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더민주 당선인은 "쓰러져가는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데 (돈을) 쓴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부실기업은 금융의 냉정한 논리에 따라서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용안정이라든가 몇 가지 문제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재정으로 해결할 일이고 그 재정을 뒷받침해 주는 한국은행의 조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우리 경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해서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힘을 보탠바 있다.
즉, 정부가 부실기업의 정리 원칙을 확고히 하고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과 같은 조치가 동반된다면 충분히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통한 양적완화 논의가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의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달 이란 방문 이후 3당 대표와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란 순방을 전후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