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상자 발생...언론 관심 갖자 뒤늦게 ‘호들갑’
  • ▲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지하철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구의역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지하철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구의역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지난달 28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 사망사고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유족과 시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취재 결과 이날 박 시장이 밝힌 대책마저 급조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나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오작동에 의한 사망사고가 2013년 이후 매년 1회 이상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전체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시장은 이날 ‘탁상공론-책상머리 대책’ 등의 표현을 빌려, 이번만은 현실을 반영한 대안을 찾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발표 내용을 보면 곳곳에서 구멍이 눈에 띈다.

전수조사를 통해 사고위험 있는 스크린도어를 전면 보수 혹은 교체하겠다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8일, 스크린도어 전수조사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보수를 할지 부분 교체를 할지, 제어부를 포함해 시스템 전체를 재시공 할지는 일단 전수조사를 해 봐야만 한다. 소요 비용도 조사가 끝난 뒤에 파악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센서 오작동과 같은 현상이 매년 반복됐는데, 전면적인 시스템 점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시스템 전체를 보는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오작동 신고가 들어오면 센서 먼지를 좀 닦고 주변 회로를 점검하거나, 센서를 교체하는 정도로 일을 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이번에 같은 고장이 왜 반복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제어부를 포함한 시스템 전체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8월29일 발생한 서울 강남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 사망사고는 구의역 사고와 판박이처럼 유사하다.

2012년 12월 2호선 용두역 승객 부상, 2013년 1월 성수역 은성PSD 직원 사망, 2014년 9월 총신대역에서 일어난 승객 사망사고도 마찬가지다. 올해 2월 서울역에서는 80대 할머니가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어 숨졌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1~9호선에서 일어난 스크린도어 고장은 8,227건, 장애 건수는 이보다 많은 3만1,765건이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이상 현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센서 오작동’이었다.

문제는 스크린도어 이상 현상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애를 제외한 ‘고장’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메트로 1~4호선 고장은 2012년 2,495건, 2013년 2,410건, 2014년 2,852건을 기록했다.

고장과 장애를 포함한 총 건수는 2012년 9,009건, 2013년 9,145건, 2014년에는 12,134건에 달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고장은 하루 평균 7.8회, 장애와 고장을 합한 이상 건수는 하루 평균 33회나 발생했다.

통계를 보면, 스크린도어 ‘보수’만으로는 근본적인 위험 예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오작동이 해마다 수백 혹은 수천 건씩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크린도어는 서울메트로 122개 역사에 설치돼 있으며, 그 비용은 역사 당 적게는 15억원, 많게는 2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스크린도어 ‘교체’는 전수조사 결과를 통해 결정되겠지만, 시스템 일부 혹은 전면 교체로 인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서울지하철 1-4호선에서 발생하는 스크린도어 고장 및 장애 발생건수를 근거로 할 때, 교체 대상 스크린도어가 절반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박원순 시장의 7일 발표에 대해 “시민이 바라는 건 서울시장이 내놓는 현실성 있는 대책이지 정치평론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박주희 실장은 “지난해 강남역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서울시는 10대 개혁 등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 그때도 두루뭉술한 내용만 내놓고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뒤로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며, 서울시의 행태를 비판했다.

스크린도어 관리 업체 직영화와 관련해 박주희 실장은 “메트로 인력 배치, 재정문제 등을 분석한 다음 논의해야 할 사안인데, 다급하게 먼저 말부터 꺼낸 느낌이다.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고 보자는 면피성 대안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유사한 사망 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태도는 무척 아쉽다.

사람이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어 숨지는 참변(慘變)이 처음 일어난 3년 전, 서울시가 이번처럼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면 유사한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성수역-서울역-강남역 사고와 이번 사례의 유일한 차이는, 언론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가 하는 점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피해자를 추모하고, 언론이 이를 집중적으로 기사화하지 않았다면, 구의역 사고 역시 어물쩍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유사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는데 급급했던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자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7일 자신의 기자회견 동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려놨다. 박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는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