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였던 부채비율 현재 700%, 출자전환되면 200% 수준까지정부의 선박펀드 지원 조건 400% 충족 시 국내 발주 계획
  • ▲ ⓒ현대상선
    ▲ ⓒ현대상선

     

    구조조정 중인 현대상선이 정부의 선박펀드를 활용해 국내 조선사에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국내 해운사가 조선사에 발주를 함으로써, 국내 조선·해운 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전형적인 모범답안을 찾고 있는 것.

     

    21일 조선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1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위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에 발주 관련 문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빅 3중 한 곳의 조선업체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자사를 비롯해 빅3 모두에 컨테이너선 발주를 위한 인도 가능 시기 및 선가 등을 문의했다”고 말했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용선료 절감, 조선사 입장에서는 수주절벽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법이다. 전문가들이 조선·해운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놨던 대책 중 하나이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의 경우 2011년 1만3100TEU급 5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것이 마지막이다. 발주가 현실화될 경우 5년여만에 국내 조선사에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부채비율이 낮아져 정부의 선박펀드를 활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펀드는 해운사의 초대형 선박 취득을 도와 해운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정부가 마련한 것으로, 부채비율이 400% 이하인 기업만이 요청할 수 있다.

     

    선사가 10%(1400억원)를 부담하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30~40%를 지원하고 나머지 50~60%는 건조할 선박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 일반투자자로부터 조달하게 된다. 이때 보증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맡는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0%선까지 올라갔다. 현재는 700% 수준으로 낮아졌고, 진행 중인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200% 정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조성한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지원 받아 발주할 수 있게 된다. 용선이 아닌 사선이기 때문에 용선료가 절감되고, 가장 최신의 고효율 친환경 선박을 통해 유지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된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한번에 많은 물량을 실어 나를 수 있어 운송 효율이 뛰어난 측면도 있다. 해운동맹 편입을 앞두고 있는 현대상선은 비슷한 선박 규모를 가진 해운사 간에 해운동맹을 결성하는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해운사와의 협업을 위해서도 대형 선박이 필요하다. 조선사들은 수주절벽의 위기 속에서 신규 수주로 일감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는 금융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지난 17일 경기 양평에서 열린 한국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에서 조규열 수출입은행 부행장은 “내년까지 국내에서 발주가 기대되는 82척의 선박 중 55척에 대해 총 10억 달러(약 1조1740억원)를 선박금융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선박펀드에 적극적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해양수산부 김영석 장관은 “선박펀드를 활용해 초대형 선박 발주를 지원하고, 해양보험보증에 대한 출자를 확대하는 등 선박금융도 강화해 나가겠다”며 “국내 대량화주와 국내선사 간 협의체를 통해서 장기 운송계약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하도록 관계부처와 긴밀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선박펀드를 활용한 국내 발주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검토 중에 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