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에 성공한 현대상선이 전문 경영진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렵게 고비를 넘긴 현대상선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수장 물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치권에 줄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 자리를 꿰찰 준비에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대상선 만큼은 전문 CEO를 도입한다는게 채권단과 정부 측 입장이다.
정부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 전환을 통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되면 최고경영자(CEO)를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해운업 구조조정 방침을 확정하는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동맹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가 CEO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양대 선사에 '낙하산'을 안 보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낙하산을 내려보낸 정부의 '막가파식' 행보를 너무나도 많이 봤기 때문에 이번 단언이 얼마나 먹힐지 두고 볼 일이다.
정권과 코드를 맞춘 '전문가 낙하산'이라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기대하긴 힘들다.
비슷한 사례인 대우조선해양만 보더라도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은 조선업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부실을 키웠다.
부실화의 일차적 책임은 방만한 경영에 있다. 그리고 방만경영의 중심에는 낙하산 인사가 있다.
현대상선이 낙하산 인사로 또 다시 경영 정상화와 멀어진다면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일은 불보듯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낙하산 인사는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해서는 안되는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을 얼마만큼 지켰는가. 또 앞으로 얼마나 지킬 것인가.
무엇보다도 자율협약 조건을 하나둘씩 해결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현대상선에 갈 곳 잃은 정피아(정치인+마피아)들이 전문성도 없이 중요한 자리를 꿰찰까봐 걱정스럽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 재벌가 사모님 경영 등으로 한차례 몸살을 앓았던 해운업계가 더이상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경영진 교체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업황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묻기 위함이니만큼 정피아, 관피아, 산피아는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