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경영계 첨예한 의견 대립"최저임금 월급 고시 vs 업종별 차등화 필요"
  • ▲ 최저임금 관련 거리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연합뉴스
    ▲ 최저임금 관련 거리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연합뉴스



    노동계와 경영계의 격렬한 대립각으로 인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고용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받은 날(3월30일)로부터 90일 이내인 이날(6월28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심의 및 의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전날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해 이날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전날까지 6차례 이어진 최저임금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최저임금 월급 고시'와 '업종별 차등화' 두 가지였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결정돼 고시됐다. 그런데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동계가 최저임금의 시급·월급 병기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도 월급으로 고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603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노동계가 월급 병기를 주장하는 것은 '유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월 209시간 기준의 월급으로 계산할 시 주 40시간이 아닌 주 48시간 임금으로 적용된다. 하루 8시간씩 5일 근무하면, 하루치(8시간) 임금이 '유급 휴일수당'(유휴수당)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PC방, 호프집,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가 유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휴수당이 적용되는 월급으로 최저임금을 명시해 이들이 유휴수당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와 달리 경영계는 '월급 병기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오히려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미용업, PC방, 편의점, 주유소, 택시, 경비업 근로자들이 실제 근로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해당 업종의 고유한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차라리 현실을 인정해 이들 업종의 최저임금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정하되 월급을 함께 표기해 고시하기로 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사업의 종류와 무관하게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협상의 최대 쟁점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노동계는 올해 6030원인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까지 인상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반면 경영계는 6030원 동결을 주장했다. 양측의 시간당 최저임금 격차는 무려 4000원에 육박한다.

    노동계는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 국이 잇따라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면 세계 각 국이 왜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는 것이냐"며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소득기반 확충 및 내수 부양의 선순환으로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도 노동계 지원 사격에 나선 상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 전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7000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오는 2019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을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 1만원법'을 발의했다.

    경영계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또다시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최저임금 근로자의 98%를 고용하는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고용불안 등도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며 "최저임금은 안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올해도 최저임금 협상은 7월 초에나 타결될 전망이다. 지난해 최저임금도 12차례 회의 끝에 7월9일에야 타결된 바 있다.

    다만 별다른 법적인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고용부 장관 고시일(8월5일)의 20일 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하면 최저임금은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내년도 인상폭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만큼, 올해 최저임금 협상도 7월 중순에 임박해서야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