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고수경유차 개소세 감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재탕
  • ▲ 공장.ⓒ연합뉴스
    ▲ 공장.ⓒ연합뉴스

    정부가 미세먼지 특별대책에 관한 세부이행계획과 관련해 발표 시기를 거듭 번복하며 오락가락하더니 결국 땜질식 졸속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견해다.

    정부는 1일 친환경차 보급과 전기차 등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2020년까지 5조원쯤을 투자하겠다고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애초 미세먼지 세부계획을 1일 발표하겠다며 지난달 30일 오후 2시 브리핑 일정을 공표했다. 1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제2공용브리핑실에서 이정섭 환경부 차관이 브리핑하고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국장이 배석한 가운데 미세먼지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불과 5시간30분 뒤인 이날 오후 7시30분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관련 부처 간 견해차로 추가 논의가 필요해 정부 합동 브리핑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부는 다시 브리핑한다며 연기 공표를 다시 번복했다.

    문제는 해프닝을 겪으며 내놓은 정부의 세부 대책이 새로울 게 없고 구체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등에 5조원쯤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차 보급에 3조원, 충전인프라 구축에 7600억원, 낡은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에 1800억원 등의 예산을 확보해 투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확정된 금액이 아니다. 예산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세부이행계획 수립에 정부의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가 참여했는데도 결론을 못 낸 상태에서 발표한 셈이다.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해 이달 안에 구체적인 저감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가동한 지 30년 이상 된 발전소 10기에 대한 처리방안은 오는 5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 발전소 9기는 영흥화력 수준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한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은 30~40년이다. 정부는 30년 이상 된 10기에 대해 대책을 내놓는다지만, 실상은 수명이 다해 폐기 절차를 밟는 것을 가지고 생색내거나 연료 전환 등을 통해 연장해 쓰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그린피스는 정부 대책에 대해 "10기의 낡은 석탄발전소는 모두 폐쇄 절차를 밟아야 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계획도 함께 취소돼야 한다"며 "설비 용량이 훨씬 큰 11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올해나 내년 운전을 시작하고 여기에 추가로 9기를 계획대로 건설한다면 총 초미세먼지 배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10기의 낡은 발전소 발전설비용량은 3345㎿이지만,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신규 석탄발전소 20기는 1만8100㎿로 낡은 발전소의 6배쯤에 달한다.

    더욱이 정부는 전국 화력발전소의 49%가 설치된 충남지역에 대해 최대한 조속히 설비 확충공사를 벌이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보령·당진·서천·태안 등 충남 석탄화력발전소 설치지역 단체장과 국회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지역 화력발전소의 배출허용기준 강화와 함께 화력발전소 환경영향평가 강화, 신규 증설 계획 철회를 요구했었다.

  • ▲ 차량들.ⓒ연합뉴스
    ▲ 차량들.ⓒ연합뉴스

    경유차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 공동연구를 통해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검토한 뒤 내년 6월 공청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애초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경윳값을 올리거나 휘발윳값을 내려야 한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연구결과가 현행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나올 수도 있는 등 어떻게 도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연구 착수를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낡은 경유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도 지난달 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내용을 재탕한 것에 그친다는 견해다. 더욱이 개소세 혜택 차량에 경유차를 포함하고 있어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감축을 추진하는 것과 경유차에 개소세 혜택을 주는 것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변국 특히 중국과의 환경협력을 확대한다며 중국의 낡은 경유트럭에 대한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올해 허베이성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북경시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이미 시행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미세먼지 10%를 줄인다는 목표로 낡은 경유차 DPF 부착사업을 추진 중이다.

    천연가스(CNG) 버스 구매 지원 확대도 형평성을 잃었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CNG 버스 구매비 지원을 내년 1대당 12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올해 600만원의 2배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CNG 하이브리드 차량의 지원금은 3500만원으로 올해보다 5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CNG 하이브리드 차량은 연료 소모가 일반 CNG 차량보다 30%쯤 적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안목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하이브리드 대신 CNG 버스 지원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