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공주대, 방송대, 전주교대...교육부 임용 거부에 ‘총장 공석’
  • ▲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 정문 앞에 총장 재임용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데일리경제
    ▲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 정문 앞에 총장 재임용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데일리경제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전주교대 등 국립대 4곳의 '총장 공백' 사태가 2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들 대학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최종 후보자에 대해, 교육부가 임용을 거부하면서 총장의 빈자리는 장기화되고 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이 내부적으로 총장 추천위원회를 열어, 1·2순위 임용후보자를 선정한 뒤 교육부에 임용을 제청하면, 교육부가 두 명의 후보자 중 한 사람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교육부는 위에서 소개한 4개 대학의 제청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각 학교에 재추천을 요구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교육부는 이들 4개 국립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전주교대의 경우는 제청안을 받고 1년6개월 동안이나 결정을 미루다가, 뒤늦게 임용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국공립대교수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임용 결격사유가 있다면 그것을 밝히고, 해당 후보자에게 최소한의 해명기회라도 주는 것이 상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부로부터 ‘퇴짜’를 맞은 후보자들은 법원에 소장을 내는 방식으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덕분에 교육부는 현재 4개 국립대 총장후보자들과 지루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주대는 1순위 후보자가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경북대 1순위 총장 후보자도 교육부를 위와 같은 내용의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경북대 총학생회는 이와 별개로, 교육부의 총장 임용 제청 거부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학교 총학생회는 "교육부의 총장 임용 거부로 직무대리 체제가 장기화됐고, 학교의 위상 하락, 교내 갈등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재학생 1인당 1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방송대 1순위 총장 후보자도 교육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1심에서 방송대 총장후보자의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전주교대도 1순위 후보자가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제청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문도 모른 채 임용을 거부당한 1순위 총장 후보자들이나 해당 국립대들은, 교육부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는 임용 거부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개인에 대한 민감 정보가 들어있어 사유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에서 총장 후보자를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이후 모시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재추천을 하라고 대학에 통지한다. 개별 사유는 개인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있어서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민간 기업도 인사 관련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다. 교육부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전주교대의 경우, “1년6개월 동안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추천을 한 뒤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경과된 것은 사실이다.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이었고 오래 걸렸다. 이례적이긴 했다"고 밝혔다.

    총장 임명이 기약 없이 뒤로 미뤄지면서, 각 대학은 ‘대행 체제’를 가동 중이다.

  • ▲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립대학총장임용정상화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국립대 총장 임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립대학총장임용정상화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국립대 총장 임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행 체제 아래서, 학교의 미래비전과 직결되는 중장기 발전계획, 교육과정 개편 등 중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미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전주교대 관계자는 "총장 공백으로 정책을 결정할 때 문제가 생긴다. 총장 직무대리가 업무를 처리하지만 대외적인 부분에서 총장이 있고, 없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 상황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대 관계자는 "중요한 학교정책 결정에는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배에 선장이 없으면 어려운 것처럼,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방송대 노조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교내에 농성천막을 설치했다. 노조는 "교육부의 총장 임용 거부로 학사행정이 마비되고 있다"며, 교육부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회장은 "현재 대법원 소송이 진행 중이라 (임용후보자를) 재선정하더라도 가처분 대상이 된다. 교육부가 1순위와 2순위 모두 부적합이라고 했다.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재석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총장이 부재중이기 때문에 학교 내부가 좋지 않다. 규모가 큰 경북대에 총장이 없다보니, 장기발전계획, 비전 설계 등 길게 보는 학교정책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다. 학생들은 총장 후보가 교육부에 의해 좌절되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봤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학교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부가 임용을 빨리 해줬으면 한다. 정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총장 공백은 대학발전을 저해하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교육 독과점주의'를 막기 위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는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대해 원칙적으로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학교육이 잘 되도록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국립대는 국가 소유이기에 교육부가 총장을 임용하는 건 맞지만, 이유 없이 긴 시간 총장 공백을 방치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형곤 대표는 "국립대 총장 선출과 관련해, 총장 공석이 일정 기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시행규칙 등에 담겨야 한다. 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교육 관료가 행정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용 거부에 대해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하며, 교육부가 일정 기간 안에 결정을 하지 않으면, 학교가 제청한 1순위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