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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진행하는 철강 구조조정 보고서를 두고 업계 안팎으로 말이 많다. BCG를 주관사로 정한 한국철강협회는 구조조정 결과를 숨기기에만 급급하고, 업계에서는 통하지도 않을 컨설팅을 왜 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기자에게서 한통의 문자가 왔다. 오늘(24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리는 스틸코리아 2016에서 BCG 오승욱 파트너의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돌연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BCG의 발표를 기대했던 언론 및 많은 관계자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취소 이유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협회의 행태를 보면서 도대체 철강 보고서가 뭐길래 저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생각해봤다.
사실 철강협회가 철강 구조조정 컨설팅을 외국계인 BCG에 맡긴다고 했을때부터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BCG가 국내 철강산업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는지에 대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보고서 결과가 낳을 파장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8월말로 예정된 구조조정 결과 발표를 며칠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BCG의 능력을 알리고, 그간 숨겨왔던 중간 결과를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철강협회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BCG의 발표를 취소하며 이 기회마저 놓쳤다.
보고서 결과가 어찌될지 예상해보자. 일부 설비를 통폐합하고 과잉설비를 폐쇄하는 등 여러가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모 매체가 보도한 철근설비 통합, 후판설비 폐쇄 모두 가능성 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 결과를 현실에 적용시키기에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예를 들어 A라는 업체에 후판과 철근 공장이 모두 있다. 보고서에서 철근은 B라는 업체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A업체 철근 공장을 B에게 넘겨주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 이 설비들을 어떻게 넘겨주느냐가 문제다.
철강 설비들은 자석처럼 쉽게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덩치가 아니다. 따라서 A라는 업체안에 후판은 A업체 소속, 철근은 B업체 소속이라는 구조를 만들 수 밖에 없다. 이 말도 안되고 황당한 구조조정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때 철강 구조조정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 결과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든 외부로 알려질 수 밖에 없다.
단언컨대 철강협회는 보고서 결과가 어찌됐던 간에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쉬운 결과가 나온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거 아니냐는 지적이 일 것이고, 어려운 결과가 나온다면 작금의 철강업계에 적용시킬 수 없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업계 자율적으로 진행한다는 구조조정에 산업부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행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중간 결과가 산업부에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는걸로 안다"면서 "이게 무슨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냐"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 결과를 주목하는 눈이 많다. 철강협회는 지금이라도 중간 과정에 대해 알리고, 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