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60조 규모 차세대 잠수함 수주전 후끈한국, 독일과 경쟁 … 내년 상반기 사업자 선정韓 납기·가격 우위… 나토 변수 넘으면 해볼 만
  • ▲ 한화오션이 캐나다 정부에 제안한 장보고-Ⅲ 잠수함. ⓒ한화오션
    ▲ 한화오션이 캐나다 정부에 제안한 장보고-Ⅲ 잠수함. ⓒ한화오션
    한국 잠수함이 북미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대규모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정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 경쟁 2라운드에 진입했다. 단순한 조선 수주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 무기 공급 계약을 겨냥한 것으로, 수주 시 K-조선은 영역 확장과 함께 ‘원팀’으로의 협력 시너지를 확인하게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최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과 HD현대의 글로벌R&D센터를 잇따라 방문해 K-조선의 잠수함 역량을 확인했다. 졸리 장관은 60조 규모 ‘캐나다 차기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의 주요 결정권을 쥔 실무 최고책임자로, 지난달 30일 마크 카니 총리에 이은 캐나다 정부 주요 인사의 방문이다.

    캐나다 해군은 1998년 영국으로부터 도입한 2400톤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운영 중이나, 이들 잠수함이 노후해 작전 유지율이 떨어지고 정비 주기가 길어 연간 운영 효율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3000톤급 신형 잠수함 12척으로 대체하는 CPSP 사업을 진행 중으로 내년 상반기 사업자 선정을 목표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CPSP 사업 규모는 잠수함 건조 관련 계약 비용만 2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향후 30년간 유지·정비, 승조원 훈련, 기술 공동개발 및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비가 최대 60조원까지 늘어나는 초대형 잠수함 프로젝트다.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CPSP 초기 입찰에는 한국 외에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 5개 국가가 참여해 경쟁한 결과 지난 8월 한국과 독일이 숏리스트(적격후보)로 선정됐다. 방사청-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원팀’으로 참여한 한국은 독일의 잠수함 전문기업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와 최종 경쟁 구도가 됐다.

    한화오션은 CPSP 사업에서 디젤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3000톤급 ‘장보고-Ⅲ 배치(Batch)-Ⅱ’를 수출형으로 변형해 제안했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까지 운항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2035년 기존 잠수함 퇴역 시점 이전에 4척을 인도하고, 2043년까지 총 12척을 모두 납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9년이 걸리는 납기를 6년으로 단축하는 것으로, 독일 TKMS보다 2년가량 빠르다. 가격경쟁력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 현지 언론은 한국의 잠수함이 프랑스·독일의 동급 잠수함보다 약 30% 이상 저렴하다고 평한다.

    독일 TKMS가 캐나다와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서 오랜 기간 안보협력 관계가 형성된 점은 부담 요소다. TKMS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전문조선소로 다수의 나토 회원국에 잠수함을 공급한 경력이 있다. 장기 정비와 정치 외교 협력 이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이 독일을 꺾고 이번 사업을 수주할 경우 한국 최초의 나토 국가 방산 수출이자,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방산 수출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이 계약은 단발성 공급이 아닌 30년 이상 유지되는 운용·정비 계약이 동반돼 나토 해군 생태계 진입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잠수함 수출시장이 중동–유럽–미주까지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3척의 잠수함을 수주한 바 있다. TKMS 수주 시 영역 확장과 함께 HD현대중공업과의 ‘원팀’으로의 시너지를 확인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글로벌 방산 수주전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앞서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원 규모 수상함 수주전에 각각 참가해 정부와 ‘원팀’을 이뤄 참여한 독일과 일본에 밀린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 방사청 중재 아래 잠수함 사업에선 한화오션이 사업을 주관하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형태의 ‘원팀’으로 글로벌 수주전에서 글로벌 조선사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