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안티에이징(Anti- aging), 동안(童顔)... 

요즘 대세가 된 단어들이다. 

이러한 단어들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 중 하나가 ‘탈모’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피부과 시술의 발달로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톡스로 반반하게 펴고, 늘어진 모공을 탄력 있게 끌어올리기는 하지만, 빠진 머리털로 휑해진 머리를 매우는 것은 아직 시술의 어려움, 비용 및 그 효과에 있어서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탈모가 유독 가을에, 특히 남성들에게는 피해가기 힘든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도 한다.  

가을의 불청객 탈모. 그 원인은 무엇일지, 낙엽이 우수수 지는 이 가을,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한 올이라도 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머리카락은 발생- 성장- 퇴화- 휴지기라는 성장 주기를 갖고 있으며 보통 하루에 60~80개 정도 자연스럽게 빠진다. 머리칼이 빠지는 수는 계절, 나이,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고 나이가 많을수록 빠지는 수가 늘어나며 가을철에 특히 많이 빠지게 된다. 

일상적인 탈모에 있어서 정상인은 탈모된 수만큼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게 되지만 머리카락이 나는 숫자보다 빠지는 숫자가 많을수록 머리는 점점 탈모가 되는 것이다. 

▶가을철, 남성 테스토스테론 분비 활성화로 ‘탈모’ 촉진 

계절적으로 봄에서 초여름 사이는 모발 성장이 가장 빠른 시기다. 무럭무럭 자라던 머리카락은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면 잠시 멈춘다. 가을철은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으로서 근육과 생식기관의 발육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는데, 일반 체모 성장과 다르게 모발의 성장을 억제하고 모발을 탈락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실제 남성호르몬 수치보다는 모낭에 있는 안드로젠 수용체의 감수성이 탈모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가을철의 큰 일교차는 두피 유분과 수분 균형을 무너뜨려 각질을 유발할 수 있고, 여름에 땀과 피지, 먼지 등 오염물질이 두피에 침투해 모근을 막아버려 두피 상태가 나빠지면 많은 양의 모발이 휴지기 상태가 되는 9~11월에 집중적으로 빠지게 된다. 

따라서 기존에 탈모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가을철에 탈모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가벼운 계절성 탈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곧 회복되지만 심할 경우에는 실제 진행 중인 탈모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성장해야 하는 곳에 머리카락이 자주 빠지는 것과 점차 가늘어지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즉 탈모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것부터 대머리 상태까지를 모두 말한다. 

많이 빠지는 기준은 하루 100개 이상으로, 머리카락을 조금 손으로 잡아서 뽑았을 때 10가닥 이상 뽑힌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급격히 비듬이 늘어났거나 하루 100개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 모발이 윤기가 없고 가늘어지며 탄력이 없고 잘 끊어지는 경우, 두피와 모발에 기름기가 과도하게 흐르거나 부쩍 머리숱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탈모의 전조증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탈모에 작용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노화, 전신질환, 호르몬 이상, 스트레스 등이 있다. 단백질 부족 또는 아연, 철분, 셀레늄, 비타민(A, B7, C, D) 부족도 탈모에 영향을 준다.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피임약, 일부 진통제, 위산억제제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 밖에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 섭취도 탈모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도 한 달에 3㎏ 이상 체중 감량을 6개월 정도 지속하면 영양 부족으로 탈모가 올 수 있고, 자가면역 질환, 감염, 불안, 강박장애, 무월경, 갑상샘 저하증 등 전신질환이 있을 경우에도 2차적으로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크게 증가한 20~30대 젊은 탈모 환자는 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가 대부분이다. 

  •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크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반드시 탈모가 오는 것이 아니고, 유발 요인이 동반될 때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에 탈모를 예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탈모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두피와 모발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원인에 맞는 관리법을 찾는 것이다. 우선 두피와 모발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한다. 요즘과 같이 선선하고 건조한 날씨에는 각질이 증가하기 때문에 두피에 각질이 쌓이지 않게 하루에 한 번씩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 

    샴푸를 이용해 두피 전체를 마사지 하듯 문지르면 두피까지 세정이 되어 모공이 막혀 탈모가 일어나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매일 머리를 감되, 아침보다는 저녁에 귀가 후 쌓인 먼지를 씻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며 충분히 말린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오일 성분이 많은 젤, 왁스 등을 사용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되고 두피의 모공을 막아 각질을 유발하므로 적당량을 사용하고 최대한 두피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삭발은 탈모 예방에 도움?

    아울러 탈모에 관련해 알려져 있는 몇 가지 오해들을 밝혀보자. 

    먼저 삭발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다. 삭발을 하더라도 모근의 수가 변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삭발을 하면 아랫부분의 가는 모발이 잘리고, 뿌리 부분의 굵은 모발이 나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모자가 머리카락을 보호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탈모 시에는 두피가 모발을 보호하는 역할이 감소하기 때문에 모자로 자외선이나 추위를 막아주는 것이 좋다. 다만 너무 꽉 끼는 모자를 쓸 때는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헐렁한 모자를 착용하고 가끔씩 통풍을 위해 모자를 벗어주는 것이 좋다.
     
    두피 자극이 탈모 치료에 효과적이라며 빗으로 두피를 두드려 자극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럴 경우 오히려 피지 분비가 촉진되고 두피가 두꺼워지면서 탈모가 촉진될 수 있다.

    탈모가 많이 진전되어 치료를 원한다면 약물요법이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식하는 자가모발 이식술을 시도할 수 있다. 약물요법은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방법으로 머리카락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약물요법과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약물요법이 있다. 

    탈모는 일정부분 의학적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탈모 증상이 의심될 때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 후에 자신의 탈모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약물 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치료를 시작하면 꾸준하게 최소 1년 이상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고, 치료를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불규칙적인 식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여성들도 탈모의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스트레스성 탈모를 예방하려면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 규칙적인 생활 및 각종 영양분이 함유된 음식들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 *
    적십자병원 병리과장 (MD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