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교육 논란 후 시립대서 간담회, 학교투자 부족 지적에 엉뚱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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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 간담회가 진행됐다. ⓒ뉴데일리경제
서울시립대학교 '0원 등록금' 계획을 밝혀 혈세 낭비 논란을 일으킨 박원순 서울시장이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겪고 있는 기숙사 부족과 교육 투자 등에 대한 부분에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답을 내놓으면서 정작 학교 운영에 대한 책임은 회피했다.
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자작마루에서 진행된 '박원순 시장과 시립대 학생이 함께 하는 소통 간담회'에는 박 시장과 서울시립대 원윤희 총장, 김현성 학생처장과 학생 1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이번 간담회에 앞서 전날까지 참가 접수를 받았고, 참석이 어려운 학생들로부터 질문 사항 등을 수렴했다.
이날 간담회는 학생들이 질문한 부분을 박원순 시장, 원윤희 총장이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박 시장은 지난달 초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에 이어 전액 무상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이날 학생들에게 사과하며 소통 부족을 인정했다.
박원순 시장은 "모든 정책에는 찬반이 있고, 장·단점이 있는 거 같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은 성공한 정책이라고 본다. 다만 등록금 전액 면제에 관해서는 반값등록금 평가 용역 과정에서 (0원 등록금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립대 구성원은 학습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투자라고 봤다. 이런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안 된 것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0원 등록금 정책 발언에 서울시립대 총학은 등록금 전액 면제보다 기숙사 등 학교 투자가 우선이라며 박원순 시장의 주장에 맞선 바 잇다.
2012학년도부터 도입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은, 2011년 10월27일 재보궐선거 당시 후보로 출마했던 박원순 시장이 내세운 공약으로 당선 직후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이에 따라 시립대 학생들은 한 학기당 100만원대 등록금을 납부했고, 서울시립대 전 학년 반값등록금 수혜 졸업생이 지난 2월 배출됐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혈세가 지방 출신 학생, 외국인 학생에게도 동일하게 지원되면서 논란은 여전하다.
서울시민의 세금 투입에 따른 반값등록금은 이해 갈등이 있다는 의견에 박 시장은 "서울시는 (공무원 채용 시) 전국의 누구라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인에게도 넓히라고 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도시가 됐다. 서울시민인 시립대 학생에게만 장학금을 준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인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민이 우리 세금으로 딴 지방 출신에게도 왜 쓰냐 하는데, 그것은 큰 대의와 비전 속에서 보면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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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9일 진행된 '소통간담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립대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한 학생은 "'내가 낸 세금으로 왜 (시립대생) 공부를 시켜주냐'는 주변인의 말을 들었다"고 하자 박원순 시장은 "신경 쓰지 말아라. 학생을 위한 투자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교 투자, 기숙사 확대, 학과 개편 등에 대한 질문은 던지자 박원순 시장은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시립대 기숙사 수용률은 8%대로 수도권 대학 평균 15%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숙사 문제가 지적되자 원윤희 총장은 "서울시립대 기숙사는 내년에 착공하면 수용률 10%에 맞출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했고 박 시장은 서울시 주거난 정책 등에 대해 설명했다.
빈집 프로젝트 등을 전하던 박원순 시장은 "한 대학에 강의하러 갔는데 어느 모임에서 (학생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것을 봤다. 시립대 학생회도 주변 (주거) 정보를 모아 제공하고 집단 교습할 수 있는, 학생 주거 조직 단체가 생겨 서울시에 요청 했으면 한다"며 학생들이 직접 나서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한 시립대생은 학과 수가 적어 복수 전공이 어렵다며 신규 개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새로운 학과 설치는 어렵다.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대안으로 타 대학과 학생 교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립대 인근에는 많은 대학이 있다. 모든 학과를 (시립대에) 설치할 필요는 없다"며 모교를 놔둔 채 다른 학교 강의를 수강하라고 답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립대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시립대 운영위원장은 사립대 법인 이사장과 같은 위치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부분은 '설득하겠다'고 강조한 박원순 시장은 정착 학교 운영에 대한 문제는 엉뚱한 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오늘 (시립대에) 잘 온거 같다. 소통은 늘 행복하다"며 자축하며 간담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