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 원유(WTI), 9.3% 급등한 배럴당 49.44달러 기록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배럴당 1달러 상승 시 年 195억~375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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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업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저유가와 안정적인 환율로 호실적을 누렸던 것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1일 항공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극적으로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9.3% 급등한 배럴당 49.44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10월 27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내년 사업계획 및 경영목표에 이 같은 변수를 반영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항공산업에 있어 가장 큰 대외변수는 유가와 환율이다. 유가의 경우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항공사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경영목표에 반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약 3200만 달러(375억원)의 손익이 감소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19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비행기 운영대수에 따라 사용하는 기름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규모가 큰 대한항공이 그만큼 피해가 크다.

     

    대한항공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55달러(WTI 기준)를 전제로 경영목표를 수립했다. OPEC 감산 합의 이후 50달러로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저유가에 따른 수익 발생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대한항공은 연결기준으로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9425억원을 달성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21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원가 상승분을 어떻게 반영할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감산 합의가 어제 이뤄졌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추후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류할증료가 어느정도 유가 상승분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저유가로 인해 작년 9월부터 16개월째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오랜 시간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없었기 때문에 이걸로 보전이 될 수 있고, 유가변동에 따른 상품도 가입해뒀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도 유류할증료가 훌륭한 방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CC(저가항공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티웨이항공은 유가 변동에 따라 어느 정도 비용의 증감이 발생하겠지만, 내년도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비용 증대에 영향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유가가 갑자기 급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류할증료가 유가 상승분을 제한적으로 커버할 수 밖에 없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다른 LCC와 약간 차이가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구매한 기름을 재구매해서 사용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좀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협의를 통해 유가 상승에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진에어는 모회사인 대한항공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기름을 구매한다.

     

    한편, 유류할증료가 가장 높게 적용됐을 때는 2008년 9~10월이다. 당시 단거리(제주~후쿠오카) 편도에 46달러, 장거리(인천~뉴욕) 편도에 221달러의 유류할증료가 부과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