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수입량 증가… KS인증 없거나 국산 위장연내 관련 법안 처리 불투명… 안전사고 우려 확산
  • ▲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소규모 공사장. ⓒ성재용 기자
    ▲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소규모 공사장. ⓒ성재용 기자


    #. 2014년 초 경북 경주시에서는 예년에 비해 많은 눈이 내리면서 샌드위치 패널로 건설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총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원인 중 하나는 중국산 철강재 사용. 샌드위치 패널의 경우 두 장의 컬러강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고 시공하게 되는데, 이 강판의 품질이 국내산에 비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1~2년간 이어진 주택경기 호황으로 공사 착공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중국산 저가 철근이 여전히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으면서 중국산 '짝퉁' 철근들을 규제할 법안이 발의됐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회 관련 기능이 마비된 터라 국회 통과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6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수입산 철근은 모두 2016만톤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이 61.8%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량은 1246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증가했다.

    중국산 철강재 사용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원재료 비중이 40~50%를 차지하는 건설업 특성상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경우 회사 수익성은 높아진다. 중국산 철근의 경우 국산 철근에 비해 톤당 5만~7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건설 A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대부분 건설자재를 직접 납품받는 업체를 두고 있어 아직까지는 국산 자재 사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도급단계가 내려갈수록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산 자재를 찾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중국산은 KS(한국공업규격) 마크를 취득하지 않아 품질에 대한 보장이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중국산 철강재의 경우 인장강도나 중량 등이 표준규격에 맞지 않아 KS마크를 취득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나 H형강, 철근 등 수요가 많은 철강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 검사가 소홀한 소규모 빌라, 공장 등 건설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면서 해당 건축물의 안전사고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저품질 수입산 사용으로 문제가 되면 건설사뿐만 아니라 해당 건축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지만, 안전점검 취약지대인 지방 소규모 빌라, 주택 등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여 정부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원산지를 국산으로 위조해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중국산 철강제품이 원산지 표시 위반에 단속된 건수는 모두 260건이며 금전적으로는 55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사용된다는 사례가 늘면서 해결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롤마크까지 완벽하게 위조된 상태로 건설업체가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관상태부터 봉쇄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정부의 관련 기능이 마비된 터라 연내 통과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건산법 개정안은 건설공사 현장 및 건설공사 완료시 설치하는 표지 및 표지판에 주요 건설자재·부자재의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이 확보된 수입 자재에 대해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불량 철강재는 외국산이는 국내산이든 무조건 제품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막자는 것"이라며 "건축물이 완공되면 내부에 사용된 자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건자재의 원산지 정보를 최종 수요자인 건축주와 입주자, 건축물 매입자에게도 정확히 전달해 소비자 선택이 왜곡되지 않은 건전한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의 컨트롤타워가 무너지면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법안이 연내 통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아파트 공사 등 착공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이 때 법안이 통과되면 좋을텐데 시기를 놓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