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5N8형, 증상 잘 안 나타나 확산 우려… 철새 따라 H5N1형도 올 수 있어
  • ▲ AI 유전자형 설명.ⓒ연합뉴스
    ▲ AI 유전자형 설명.ⓒ연합뉴스

    전국을 강타한 H5N6형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새로운 유전자형이 추가로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확산하는 H5N6형 고병원성 AI 유전자형이 총 6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2014~2015년 발생했던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도 검출되는 등 새로운 유형의 AI 바이러스가 속속 유입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복수 유형 창궐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9일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AI 전문가는 "최근 확산세가 지속하는 H5N6형 고병원성 AI의 새로운 유전자형이 추가로 확인된 거로 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13일 H5N6형 고병원성 AI 발생에 대한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유전자 분석결과 확인된 세부유형은 총 5가지라고 밝혔다.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 엿새 만에 새로운 유전자형이 추가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대해 검역본부 관계자는 "계속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만약 유전자형이 추가로 확인됐다 하더라도 지금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금까지 검역본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에서 유행하는 H5N6형 고병원성 AI는 2014년 중국 광동성과 홍콩에서 유행한 유형과 H5 유전자는 98.94~99.24%, N6 유전자는 99.06~99.13% 유사하다. 다만 증식과 복제에 관여하는 PA 유전자 등 내부 유전자(PA, NS)가 조금씩 다르다.

    제1형은 지난 10월28일 충남 천안시 풍세천 야생조류(원앙) 분변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유형이다. 아직 가금농장 발생 사례는 없다.

    제2형은 지난달 5일 강원 원주시에서 텃새인 수리부엉이로부터 확인된 유형으로, 경기·전남·전북·충남·충북에서 확인됐다.

    이 두 유형은 중국에서 발생한 세부 유형과 같다. 중국은 최근 오리농가와 재래시장 등에 만연해 있던 H5N6형 AI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변이가 많이 이뤄져 총 34개 유형으로 세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파주시를 비롯해 세종·전남·충남·충북에서 폭넓게 검출되는 유형은 제3형이다. 제4형과 제5형은 각각 지난달 충남과 전북의 야생조류에서 검출됐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북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13일 경기 안성천에서 연구 목적으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두 가지 유형의 AI가 함께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이 바이러스가 2014~2015년 당시 남았던 것인지, 이번 겨울 철새 도래와 함께 다시 유입된 것인지 유전자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AI 전문가는 "국내에 남았던 바이러스는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과거 발생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유전자형의 H5N8형 바이러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전문가는 "10월 말부터 도래한 철새가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어 후속 철새 무리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36여만 건에 걸쳐 가금류와 야생조류에 대한 예찰을 진행했는데 H5N6형 발병 전까지 H5N8형이 확인된 게 한 건도 없었다"며 "과거 발생 상황에서 잔존했던 바이러스라면 예찰 과정에서 확인됐을 거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거들었다.

    AI 전문가는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라고 보면) H5N8형 바이러스 검출은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H5N8형은 북유럽 스웨덴과 서유럽, 인도 등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H5N8형은 과거 양상을 보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방역이 더 어렵다"며 "(H5N6형과 달리) 오리는 걸려도 잘 죽지 않고 닭은 다소 늦게 폐사하는 탓에 신고가 잘 안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H5N8형은 1월에 발생해 7개월쯤 지속했는데 오리 폐사도 안 되고 증상도 잘 안 나타나 예찰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전문가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도 퍼지고 있다"며 "(철새 도래 시기와 맞물려) 국내에도 유입돼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복수 유형의 AI 창궐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H5N2형과 H5N8형 등 2개 유형이 15개 주를 휩쓸어 5000만 마리쯤을 도살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농식품부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도살 처분을 강화하기로 했다.

    AI 발생 지역 500m 이내 농장은 원칙적으로 도살·폐기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500m~3㎞ 보호지역 내 농장에 대해서도 가금류와 알에 대해 예방적 도살 처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도살 처분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하기관과 협력해 'AI 기동방역 타격대'도 지속해서 운영한다. 기동방역 타격대는 17~18일 이틀간 4개 팀 143명을 세종·안성·여주·천안에 투입했다.

    농식품부는 산란계(알 낳는 닭) 도살 처분과 이동제한으로 달걀 수급에 악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달걀 수급 안정 대책도 내놓았다.

    산란계는 씨닭 수입은 물론 산란 실용계도 수입되도록 유도하고 항송운송비 등을 지원한다. 달걀 수입을 위해선 항공 운송비를 지원하고 긴급할당관세와 검사 기간 단축 등에 관해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달걀을 수입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 차관은 "AI 발생국으로부터는 산란계나 달걀 수입이 불가하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확산 정도와 달걀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