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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사 신임 리서치센터장 자리를 채우고 있다.
증권사 총자산의 절반에 달하는 188조원 규모의 채권값이 시장금리 상승 기조로 곤두박질 치면서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리며 올해 4분기와 내년 증권사의 실적이 채권 운용에 걸려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합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의 리서치센터장에 나란히 금융전문 애널리스트가 선임됐다.
미래에셋대우의 구용욱 센터장은 내부 파격승진, KB증권의 서영호 센터장은 외국계증권사(JP모건) 출신 외부 영입을 통해 선임된 인물로 모두 예상을 깨고 발탁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앞서 지난 3월 SK증권은 신임 리서치센터장에 BNP파리바자산운용과 한화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에서 채권운용 및 전략팀장 등을 담당했던 최석원 애널리스트를 영입했다.
당시 채권 애널리스트로는 최초로 리서치센터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 4월 신임 리서치센터장에 채권부문 1세대로 꼽히는 김일구 애널리스트를 영입했다.
여승주 대표이사가 한화투자증권에 취임하면서 기존의 회사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 김 센터장이었다.
이밖에 대신증권도 지난달 금융업에 오랜시간 몸담아온 김재중 애널리스트가 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이처럼 경제·산업·금융 등 전 섹터를 총괄하는 리서치센터의 헤드로 채권 또는 금융에 집중해온 애널리스트들이 잇따라 선임되는 것은 급변하는 글로벌 대외 여건에 따른 증권사별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체제로의 빠른 전환이 이뤄져, 그 여파로 내년 세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신흥국 경기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보유 채권값 하락으로 증권사들은 당장 4분기 실적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며 채권 금리가 폭등(채권 가격 하락)해 이미 증권사들은 막대한 손실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무난한 당선을 예상하고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대규모 채권 매입을 진행했는데 미 대선 결과와 동시에 수백억원 이상을 손해본 증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단행에 이어 내년 세차례 금리 인상까지 예고해 내년 채권 관련 추가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금리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개월 전인 지난 6월 말 1.25% 대비 50bp 이상 오른 1.81%까지 올랐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에 대해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며 압박하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진웅섭 원장이 직접 증권사 CEO들을 불러 "증권사 총자산 392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187조원의 채권보유액이 금리상승에 따른 손실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진 원장의 증권사 CEO 호출 이후 14일 금감원 민병현 부원장보는 각 증권사 CRO(리스크관리자) 간담회를 개최, 채권관련 리스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및 채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센터장 선임에 대해 "미국 금리인상 이슈와 함께 글로벌 저금리 탈출 기조로 각 증권사들이 자산배분 역량 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4분기와 함께 내년 증권사 실적의 향방을 가르는 열쇠가 채권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리서치센터장에 목적이 뚜렷한 인사가 선임된 만큼 이들의 실적과 연계된 책임이 강화되는 등 채권·금융 전문 애널리스트 출신 센터장들의 옥석가리기 작업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