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주 가처분신청 결과 나와…23일 이병래 신임사장 취임과 맞물려결과 따라 노조 투쟁 결정…신임사장-노조 명분·실리 위한 테이블 차려질 수도
  • 한국예탁결제원이 성과연봉제 중지 가처분 신청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23일 이병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의 신임 사장 취임식이 예정된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신임 사장 취임 직후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한 노조 중심의 투쟁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가처분 결과에 관계 없이 신임사장 취임에 맞춰 노조가 협상 테이블을 차려 서로 명분과 실리를 쌓는 한편, 노사관계 회복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금융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가 전면 시행되는 가운데 예탁결제원 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낸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전망이다.


    가처분 결정에 따른 선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성과연봉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점과, 한해 업무가 마무리되는 시기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주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정부와 사측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자 지난달 무효 소송과 함께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예탁결제원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한 금융기관 중 한 곳이다.


    지난 5월27일 유재훈 전 사장은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전격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유 전 사장은 정부의 성과중심 문화 확산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노조 측은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인 유 사장이 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당시 노조 측은 노조원의 90% 이상이 성과연봉제에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유 전 사장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다"며 "특히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로 노사간 관계가 가장 민감한 시기에 유 전 사장이 해외출장을 떠나 갈등이 더 커졌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취업규칙 변경 시 노동조합의 의견을 반영하고, 불리하게 변경 시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우리원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이를 위반한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결과가 받아들여지면 투쟁에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도 노조는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오봉록 노조위원장은 "투쟁 일정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연대를 통한 투쟁을 위해 의원들과 제도의 핵심 쟁점 등에 대한 설명과 논의를 갖는 간담회 등을 추진 중"이라며 "일부 의원실에서 성과연봉제 핵심 쟁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병래 신임 사장의 취임과 노조의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투쟁시기가 맞물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두달 가까이 이어진 사장의 공백에 따른 고민이 해소됨과 동시에 노조를 중심으로한 투쟁이 시작될 경우 신임 사장은 임기 출발부터 어려움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이슈가 이 신임사장과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안팎에서 나온다.


    유재훈 전임 사장이 지난 5월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이 신임 사장이 노사간에 얽힌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는 키맨이 될 수 있다.


    특히 성과연봉제 도입을 정부가 여전히 적극 추진 중이고, 금융권은 연봉이 높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조 역시 성과연봉제의 무조건 적인 반대 보다는 사측과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금융권 종사자들이 쉬운 해고와 급여 삭감을 위한 정책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성과에 따른 급여(인센티브) 제공, 역피라미드 인력구조 해소와 원활한 신규채용 등의 긍정적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노사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노조와 사장은 명분을, 직원들은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래 신임 사장에 대한 예탁결제원의 기대감이 높아 성과연봉제 협상도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장 공백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빠른 시일 내에 신임 사장이 결정됐고, 전임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내에서 두터운 신망을 쌓아온 이 내정자에 대해 예탁결제원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이병래 사장 체제 출범을 계기로 지난 3년 동안 악화됐던 노사관계가 개선되고, 예탁결제원 전반적으로도 긍정적 변화의 바람이 불어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