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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실적과 지주에 대한 공헌도가 천차만별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증시에 비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선방하며 지주의 살림을 지탱한 반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KB금융 내에서 여전히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가 활황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전 증권사들의 실적(3분기 누적 기준)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올해 마감을 열흘 가량 남긴 현재도 4분기 중 대규모 채권평가손실 우려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권 전체적으로 매년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4대 금융지주(신한·KB·NH·하나)의 3분기 누적실적 역시 각 계열사들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은 물론 지주의 공헌도 면에서 올해 가장 높은 공을 세운 곳으로는 단연 NH투자증권이 꼽힌다.
NH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199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지주가 기록한 987억원 대비 2배 이상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619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던 농협금융의 실적이 쪼그라든 것은 올 상반기 조선·해운 업계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여파로 농협은행의 당기순손실 329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대 계열사인 농협은행이 흔들리자 농협금융도 상반기 2013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농협금융은 3분기 가까스로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농협은행은 최근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가 단행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반면 NH투자증권의 경우 합병 첫 해인 지난해 큰폭의 실적개선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업황부진 속에서 선방하며 지주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김원규 사장은 통합출범 이후 브로커리지 외에 IB 업무 강화, 헤지펀드 운용 등 사업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기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연임을 확정지을 수 있는 수장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현재 지주의 유일한 캐시카우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사장에 대한 지주측의 신임이 투텁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나란히 지주의 상승흐름에 역행했다.
신한금융지주가 4년 만에 3분기 누적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고, 하나금융지주가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초과달성하며 선전한 반면 증권부문은 모두 전년대비 수익성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3분기 누적순익은 858억원으로 지난해 1942억원에 비해 56% 급감했다.
자기매매부문 수익 감소와 주식 위탁수수료가 줄었기 때문으로, 지난해 그룹 내 당기순이익 비중 8%를 차지하며 비은행권 강화의 표본으로 인식됐지만 올해는 비중이 4%로 낮아졌다.
하나금융투자도 수익성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579억원으로 전년(1106억원)대비 48% 줄었다.
거래대금 감소와 함께 ELS 등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KEB외환은행 출범에 지주 차원의 역량과 자본이 한동안 집중됐던 탓에 당분간은 뚜렷한 반등요인을 찾지 못해 경쟁사 대비 정체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금융은 올해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통합 KB증권 출범 이전까지는 증권사 두 곳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은행권, 특히 증권업 강화를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721억원이고, 기존에 보유 중인 KB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01억원으로 양사 합계 1122억원이다.
KB금융이 3분기까지 1조7270억원을 벌어들였고, 통합 KB증권이 4조원대의 자기자본을 갖추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익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합출범 이후 전망도 불안요소가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진행해온 구조화금융은 지난해 까지 수익원으로 꼽혔지만 현재는 우발부채 증가라는 숙제를 남겼고, KB투자증권의 강점이었던 DCM 부문은 회사채 인수 수수료 하락으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