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승차권 예매 먹통으로 곤욕… 서버 10대 늘리고도 외주 전산업체 실수로 망신살
  • ▲ SRT.ⓒ㈜SR
    ▲ SRT.ⓒ㈜SR


    개통 한 달 남짓 된 수서발 고속철도(SRT)의 운영사인 ㈜SR이 크고 작은 전산시스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얼마 전 발생한 설 승차권 예매 사이트 먹통 사례가 대표적이다.

    개통 초기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단순 시행착오로 볼 수도 있으나 꼼꼼하지 못한 업무처리에서 비롯된 관리 부실도 이용자 불편을 가중하는 데 한몫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SR에 따르면 지난 12일 설 승차권 온라인 예매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오류는 웹 가속기를 추가 장착하면서 제품 공급업체 기술인력이 저지른 단순 실수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웹 가속기는 홈페이지에서 보이는 사진 이미지나 압축된 자료 등을 이용자에게 빠르게 제공하기 위한 장비다. 이 장비는 암호화된 압축 자료 등을 빠르게 처리·전달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이 기능을 켜면 중앙처리장치(CPU)나 메모리 소모가 커진다.

    문제는 제품 공급업체 기술자가 설 승차권 예매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안 되는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설, 추석 등 명절(대수송기간) 열차 승차권 온라인 예매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때문에 트래픽(통신량)이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열차 운영사는 예매 과정에서 트래픽 증가를 고려해 데이터 전송을 차별화한다. 전체 예매과정에서 개인정보 활용으로 암호화가 필요한 로그인 단계를 제외하고 홈페이지 접속이나 대기표 발행, 입장 등의 단계에서는 암호화를 거치지 않고 데이터를 전송한다.

    하지만 웹 가속기 제공업체 기술자가 장비를 설치하면서 암호화된 압축 자료를 처리할 때처럼 기능을 설정하는 바람에 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에 메모리와 CPU가 헛쓰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덕분에 장비에 일종의 과부하가 걸려 접속이 끊기거나 예매창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먹통이 되는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SR 관계자는 "원래 대수송기간에는 원활한 통신을 위해 웹 가속기의 압축 지원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는다"며 "서버를 확충하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시험을 했는데 어이없는 실수로 고객 이용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문제의 웹 가속기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도 납품하는 제품으로 확인됐다. SR과 SR로부터 전산장비유지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대보정보통신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제를 일으킨 기술자는 코레일 사용환경에서 잘 돌아갔던 웹 가속기 설정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SR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R의 미숙한 대처도 이번 사태에 한몫했다고 지적한다.

    SR이 설 승차권 예매를 위해 웹페이지용 서버를 기존 8대에서 18대로 늘리고 고성능의 CPU나 메모리를 확장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은 맞지만, 업무 처리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SR은 설 승차권 예매를 앞두고 이번에 문제가 된 웹 가속기를 기존 2대에서 4대로 확충했다. 하지만 SR은 납품된 장비에 하자가 있는지 검증할 만한 역량이 부족했다.

    코레일의 경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산센터가 있고, 노하우도 있어 100%는 아니어도 이번처럼 웹 가속기 등 주요 납품 장비의 환경설정 문제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R의 자체 전산 인력은 모두 합해 1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모든 전산장비의 설정값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SR의 대처가 아쉬운 부분은 전산관리업체인 대보정보통신을 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보정보통신 관계자는 "해당 장비(웹 가속기)는 아직 인수·인계된 것(유지관리 대상품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웹 가속기는 앞으로 어차피 대보정보통신이 유지 관리해야 할 장비다. 비록 인수·인계 전이라고는 해도, SR이 실전 투입을 앞두고 대보정보통신에 납품 장비의 점검을 요청했는데도 외주 위탁업체가 '안 된다'고 거절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보정보통신 한 관계자는 "전체 운영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웹 가속기 제조사 이야기만 듣고 좀 더 꼼꼼히 챙기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SR이 '꺼진 불도 다시 본다'는 자세로, 혹시 모를 고객 불편 사항을 챙겼더라면 공들여 서버를 확충해놓고도 웹 가속기 제조사 직원의 단순 실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SRT는 개통 전후로 이미 전산시스템 오류가 잦은 상황이었다. SR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다.

    SRT는 개통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시승행사 탑승권 예매 당시 단시간에 많은 이용자가 몰리면서 예매 개시 30여분 만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었다.

    정식 개통 직후에는 카드사와 SRT 시스템 간 수신 오류로 표 반환을 신청한 승객들에게 장기간 환급 처리가 되지 않아 원성을 샀다.

    최근에는 지난 15일 오전 11시38분부터 1시간 동안 삼성카드 결제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켜 승차권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시간에 삼성카드로 결제한 고객은 결제 금액이 자동으로 취소되거나 체크카드의 경우 출금은 됐으나 환급 처리가 되지 않는 불편이 발생했다.

    한편 SRT는 지난 9일로 개통 한 달을 맞았다. 이 기간 이용객은 136만명쯤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