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버즈워드] 소비자 볼거리 주는 브랜드 트롤링…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선 주의해야
  •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인터넷에는 또 다시 ‘트롤링’이라는 말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한 유튜버(Youtuber)가 취임식 도중 찍힌 트럼프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Barron Trump)의 모습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동영상이 떠돌고, 갓 열 살을 넘긴 어린 소년에 대해 여러 가지 악소문이 떠돌았다. 급기야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이 “이 소년에게도 어린 시절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어린아이에 대한 ‘트롤링’을 자제하자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트롤링’이라는 말의 뿌리인 트롤은 본래 북유럽 전설에서 유래한 못생기고 심술궂은 ‘도깨비’의 일종이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산다고도 하고 어두운 곳에서 산다고도 하는데, 다리 밑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도 있다. 때문에 ‘트롤’은 괴롭힌다는 의미의 동사로도 사용된다. 특히나 인터넷에서 장난 삼아 남들을 괴롭히는 악성 네티즌들의 행동을 주로 지칭한다. 

    이런 트롤링이 돌에 맞는 개구리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지만, 돌을 던지는 어린이들이나 구경꾼에게 꽤나 즐거운 오락거리인 경우가 허다하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종종 장난처럼 경쟁사를 깎아내리거나 놀리는데, 이를 ‘브랜드 트롤링’이라고 지칭한다. 본래 싸움 구경만큼 재미난 것도 없는지라, 거짓비방이나 허위사실 없이 세련된 유머감각으로 집행한다면 브랜드 트롤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아주 재미난 구경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 ▲ 버거킹은 뉴욕타임즈에 전면광고를 내면서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버거전쟁을 하루 휴전하자고 맥도날드에게 제안했다.ⓒ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제공
    ▲ 버거킹은 뉴욕타임즈에 전면광고를 내면서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버거전쟁을 하루 휴전하자고 맥도날드에게 제안했다.ⓒ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제공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브랜드들의 사례로 대표적인 것은 바로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사례다. 사실 맥도날드의 매출은 버거킹의 약 6-7배에 달한다. 2015년 맥도날드의 미국 내 매출은 354억 달러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중 1위이며, 버거킹은 86억 달러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큰 체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버거킹은 항상 맥도날드 최고의 라이벌인양 맥도날드를 ‘트롤링’한다. 가끔 맥도날드 측에서 먼저 ‘시비 거는’ 경우도 있지만, 골리앗이 다윗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것보단 아무래도 제리(쥐)가 톰(고양이)을 도발하는 편이 훨씬 재미나다. 2016년 칸 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버거킹의 캠페인에서도 ‘세계평화의 날’을 맞은 버거킹이 맥도날드에게 ‘휴전’을 제안해서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IT 분야에서는 애플의 트롤링이 유명하다. 2007년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 PC와 맥(Mac)을 인격화한 필름광고들을 집행했다. 광고에서 PC는 구식양복을 입은 촌스러운 아저씨로, 맥은 진바지를 입은 젊은이로 등장한다. PC는 언제나 느리고 무겁고 답답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고, 맥은 그와 정반대다. 하지만 이 비교광고는 다소 위험했다. 현대 소비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PC 사용자들 입장에선 ‘꼰대’라 불린 것만큼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구글이 내보낸 본래 크롬 광고 


  •           마이크로소프트가 패러디한 영상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는 덩치가 크다 보니 주로 당하는 입장일 때가 많았다. 어차피 고양이가 쥐를 쫓는 건 얘깃거리가 안 되니까. 하지만 구글이라는 거인이 나타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마침내 ‘다윗’ 역할을 할 기회가 생겼다. 2013년 구글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스크린으로든 크롬을 이용할 수 있다는 동영상을 배포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을 ‘언제 어디서든 어떤 스크린으로든 크롬이 당신의 사용자정보를 빼간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동영상으로 패러디 해버렸다. 

    이렇듯 브랜드 트롤링은 사용자들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기회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BMW와 아우디의 옥외광고 사례처럼, 브랜드 간 티격태격하다가 팬들까지 팔 걷고 나서서 싸움에 끼어드는 유쾌한 경우도 있었다. 비교광고규제법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브랜드 트롤링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이다.  

    그러나 브랜드 트롤링은 어디까지나 신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당연히 ‘약자’, 즉 시장지분이 적은 쪽을 편들겠거니 안일하게 생각하다가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알고 보면 단지 약자여서가 아니라 약자가 바로 피해자일 거라 생각해서 편드는 것이다. 언더독 효과만 믿고 잘못 처신하다가는 가학적 권모술수를 쓰는 ‘사악한’ 브랜드로 인식될 수도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플랫폼이 다각화되어 실시간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느라 사내에서 충분한 검토를 하기 힘든 환경에서는 더욱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